조금만 더 친절히, 조금만 더 따뜻하게

by 미야

엄마의 뇌수술을 앞두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대학 병원은 주차장에 들어가는 일부터 전쟁의 시작이다.


신호가 짧아 좌회전 차선에서 신호를 받아 들어가려고 20분 넘게 대기하고 있는데 얌체같이 직진 차선에서 깜빡이를 켜고 끼어들겠다며 달라붙는 차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

"병원 가려는 사람들 중 안 급하고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어? 저렇게 끼어드는 건 절대 양보 못하지!"

앞차에 바짝 달라붙으며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운전대만 잡으면 제3의 인격이 튀어나오는 건가?


겨우 신호를 받아 입구에 들어갔는데 산 넘어 산이라고 본관 주차장은 만차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신관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들을 보니 없던 두통이 생길 것 같다.


예약된 시간보다 여유 있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진입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 30~40분을 훌쩍 넘어선다. 그나마 서울에서 살고 있으니 이 정도는 양반이란다.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날 올라와 근처에 숙소를 잡고 대기했다가 진료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간단다. 그래. 이 정도 수고로움은 어쩌면 감사해야 할 것인지도.


수술을 앞두고 급격히 기운이 떨어져 식사를 못하시니 걷는 것도 위태위태한 엄마. 휠체어를 대여해 엄마를 태우고 입원 수속을 밟는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절박하고 초조한데,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하는 직원들은 한없이 사무적이고 딱딱하다.


코로나 상황이라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도 챙기고 신경 쓸 것이 많다. 48시간 이내에 받은 pcr 음성 결과지가 있어야 병원에 상주가 가능한데 얼마 전 바뀐 코로나 대응체계로 무증상자는 무료 검사를 받을 수가 없어 비용도 상당하다.


보호자 출입증을 받고 배정받은 병실에 들어와 환복을 하는데 환자복을 입고 난 후 더 아파 보이는 건 그저 느낌인 건가? 아니면 입원 수속을 밟는 일련의 과정들로 입원 전보다 기력이 더 떨어졌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던 간에 힘에 겨워 베드에 누워 있는 엄마를 보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조금만 더 친절히

조금만 더 따뜻하게

엄마를 치료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글을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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