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by 미야

"미야, 아빠가 꼬막 삶아서 껍질 다 까고 해 놨는데, 네가 양념만 좀 해봐라."

"아빠가 어떻게 꼬막을 삶았어요?"

"고모부가 잡아왔다고 가 왔는데 그냥 놔두면 상할 것 같아서 엄마한테 전화로 물어보고 해 봤다. 흙 안 나올 동안 계속 씻어낸다고 욕봤다."

보통 삶은 꼬막을 건져내 그 꼬막에 진하게 만든 양념장을 올려 먹는데 우리 집은 삶아 낸 국물에 심심하게 양념을 해서 꼬막과 함께 떠먹는다. 다른 곳에서 먹어본 적 없는 울 엄마표 꼬막 요리 레시피다.

양념을 해달라는 아빠의 요구에 인터넷을 서치 해서 꼬막 양념을 검색해보니 꼬막에 올려 먹는 진한 양념장들만 찾아져 검색은 포기하고, 기억을 더듬어 본다.

'뭐가 들어갔더라?'

다진 마늘, 고춧가루, 깨.

딱히 다른 것들은 떠오르지 않아 아빠가 삶아 둔 꼬막에 마늘을 다져 넣고, 간장과 고춧가루, 깨소금, 마지막으로 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보글보글 끓였다.


엄마가 해주셨던 것과 비슷한 맛은 난다. 그런데 뭔가 살짝 아쉬운 맛이다. 재료는 같아도 엄마의 손 맛이 빠지니 내가 늘 먹던 맛이 아니라 그런가?


"밥 묵었나? 밥 주까?"

언제든 친정에 가면 밥 때든 아니든 식사를 챙겨주시던 엄마.


따뜻한 사랑, 애씀과 정성이 가득 담긴 엄마의 집밥은 그저 입으로 들어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한 끼가 아니다.

"여보, 고마워요."

"딸아 사랑한다!"

"아들, 힘내!"

"손주들아, 잘 커라!"

입을 통해 마음으로 전해지는 엄마의 메시지. 특별한 레시피는 아니지만 특별한 감동을 주는 엄마의 러브레터. 그래서 언제나 엄마의 집밥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 꼬리곰탕을 한 솥 끓여 친정에 가져다 놓았다.

"아빠, 맛있게 드시고 힘내세요."

"아들, 엄마 없어도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 사랑해."

엄마가 그러셨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담아 썰렁한 부엌을 채울 따뜻한 온기를 한 스푼 뿌려 놓았다.


엄마의 입원이 생각보다 길어지니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엄마의 집밥이 그립다. 엄마가 전해주던 수많은 메시지들. 그 러브레터들로 가득 채워지던 부엌의 따스한 온기가 너무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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