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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소 Jun 26. 2024

출간보다 기쁜 일

온라인으로 필사글을 쓰며 카톡 창으로만 만나는 따땃한 이웃들이 있다.

일명, 따스방!

보드라운 방장님과 14명의 회원들은 얼기설기 만났다 헤어졌다 하다가 서로 다정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카톡 안에서 우리는 동네 사랑방 수준의 와글와글과 폭풍수다 그리고 이모티콘으로 넉살 날리기를 한다.

지금 보고 있는 전시회 이야기나 여행지 사진을 려도 감성 F인 향기로운 방장님의 공감에 마음이 활짝 열린다. 멀리 스페인에 사는 회원도 삶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으니 멀리 있지만 함께 있는 것 같다. 따스방에서의 마음은 거리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 댕댕이들의 모습, 가족 이야기, 마음의 안부를 나누며 지금 읽고 있는 책이야기를 핑퐁처럼 주고받는다.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내밀하고도 소소하게 소통하는 우리에게 6월 폭염처럼 슬슬 열망이 일어났다.  오프 모임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싶은 열망. 작년에 얼굴 보자며 오프모임을 계획했다가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아서 모임을 취소하고 말았다. 그때의 아쉬움이 커서 이번에는 꼭!

어떤 일이 있어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도 얼굴을 보자고 마음먹었다. 마침 딱 맞게 내 책도 출간이 되고 해서 사인회도 겸해 날짜가 잡혔다. 아직 6월인데 더위가 슬슬 스타트 선을 기 시작했다.


 양수리에 사는 회원이 장소를 섭외하고 모일 수 있는 회원의 동선도 체크했다. 서울에서 운전하고 오는 회원을 제외하고 수서역에서 네 사람이 만나서 양수리를 향해 출발했다. 서로 주고받는 즐거운 대화가 회원분이 손수 만든 누룽지처럼 고소하게 부서지고 차 안에는 웃음과 재치가 넘나들었다.


양수리에서 기다리던 두 분의 회원이 도착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다. 처음 만나는 분도 있었지만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옛 친구처럼 반갑기만 다. 즐겁게 이어진 식사와 소녀들처럼 명랑했던 티타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성을 다해 챙겨 온 책과 소소한 선물에 감탄과 감사가 연이어 터진다.

모두 바쁘게 찍은 사진으로 오늘의 추억을 남기고. 헤어질 때도 우린 아쉽고 애석한 마음에 포옹과 악수로 작별인사를 했다. 모두가 사랑스럽고 만나주어서 고맙고 시간이 가는 게 아까웠다.


며칠 전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양수리에서 만난 따스방 모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 말로는 내가 양수리의 사인회를 말할 때 을 반짝이며 행복한 얼굴을 했다고 한다.

책이 나와서 즐겁고 그래서 기쁘고 맘껏 축하받는 자리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다.

곰곰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뜻밖의 대답을 했다.

출간도 기쁜 일이지만 함께 기뻐하는 일이 이토록 벅찬 일인지 몰랐다고 말이다.

누군가 좋은 일이 있을 때 다 같이 마음을 모아 축하하고 웃어주는 일이 받는 사람뿐 아니라 모두에게 기쁨의 아우라가 스며든다. 합력하여 이루는 선이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


이번 출간도 혼자서 이룬 일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비록 잘 다듬어진 윤기 나는 글은 아닐지라도 아홉 명의 작가가 한뜻이 되었다.

서로의 글을 피드백해 주고 자신의 글을 낭독하며 봄비처럼 쓰다듬던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 가슴에 뿌리내린 감동이 동심원처럼 널따랗게 퍼진다.

그러고 보니 난 서로 내 일처럼 좋아하고 축하하고 응원하는 경험은 많이 해보지 못한 것 같다. 나도 그런 자리가 생긴다면 함께 기뻐해 줘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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