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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소 Jul 04. 2024

견뎌야 할 장마를 지나면 무엇에 닿아 있을까



이번 여름은 뭔가 뜨끈하게 습하다. 

어디에선가 출처를 알 수 없이 번진 얼룩처럼 미진하게 지나가고 있다. 

딸의 수술실 앞에서 난 뭔가를 잃어버린 여자가 된다.

드라마를 보겠다고 귀에 꽂은 이어폰이 혼자서 윙윙거려도 멍하게 앉아있을 뿐이다.

물을 마셔도 몸속으로 흡수되지 않고 영혼의 길에서마저 비껴간다.

커다란 텔레비전 앞에 모인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한숨처럼 보호자 대기실의 공기가 눅진하다.

그런 와중에 또 하나의 안개가 시간을 덮치듯 다가온다.



독일에 계신 작가님의 부고.



기어코 생을 놓으셨구나.

아직 어린 딸과 남편, 쌍둥이 언니, 한국과 독일에서 그녀를 향한 응원을 이어가는 무리들과 이웃들 친구들 독자들의 기도를 다 뿌리치고.

그녀는 생의 손을 놓았구나.


한쪽 가슴이 지그시 눌린다.


뮌헨의 마리 님은 작년에 교보문고에서 만났. 오랜만의 한국 나들이에 나와의 만남을 위해 빼놓은 몇 시간이 반짝이며 흘러갔는데 이렇게 그녀와의 시간이 기억 속에 박제될 줄이야.


몇 년 전 우린 브런치에서 작가와 독자였고 댓글로 서로를 위로하고 난 그녀의 글에 열광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아픈 몸이지만 씩씩했고 그런 그녀가 독일의 햇살처럼 화사했는데. 

건강했던 모습, 병을 만났지만 의연했던 모습, 병마와 싸우며 삶을 더 사랑했던 그녀의 소망, 그녀가 걷던 거리와 산책길, 책을 사이에 두고 나눈 말들이 상상이 되어 꿈틀거린다. 

한국과 독일 사이를 꿈결처럼 건너 다니고 댓글과 대댓글 사이를 오고 갔는데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영혼과 몸의 자리가 옮겨 갔.


독일에서 문학에의 그리움을 독서로 이어가고 가족 간의 사랑과 독일속 자연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던 그녀는 이제 다른 차원에서 아름답겠지. 


이별은 쉽지 않다.

쉽지 않다. 쉽지 않아도 다가오는 것이고 다가온다면 밀어낼 수 없는 것.

일방적이고 느닷없지만 인정하기까지는 또 그만한 시간을 치르게 는 것이다. 


그동안 좋아하고 존경하던 가님이 세 분이나 브런치에서 작고하셨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붉은 금붕어의 헤엄처럼 망연자실하게 된다.

한분은 한복을 분이었 다른  분은 이탈리아에서 요리사로 살아가며 웅장한 글을 쓰분이었 나머지 한 분은 뮌헨에 사는 오유정 작가님이다. 



이런 비보가 엉킨 장마 가운데서 이 여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겨울이 한창인  이국땅 어딘가를 헤매 다녀야 하나.  

딸의 병실에 앉아있는 나는 오늘 모든 종류의 이별과 아픔과 그리움이 범벅된 시간 안에 갇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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