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하기 전 네가 근무하는 매장에 엄마가 간 적 있었지?
학교 다닐 때부터 털털한 게 지나쳐 늘 걱정하게 만든 너였는데 말이지.
그런 네가 직장생활을 한다고 하니 궁금했는데 (궁금한 건 궁금한 거고 엄만 네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 주의여서) 한 번 간다 간다 해놓고도 못 갔었잖아.
어떤 일 때문에, 그런 엄마를 호출한 건 너였지.
근데 매장에서 네가 손님을 응대하고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걸 보니 흐려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놀랐어.
엄마 마음에 '이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너와, 현실의 너는 너무 큰 차이가 있었네.
내 생각 속의 너는 어리바리의 대명사였고, 실수투성이에다가, 즉흥적이고, 놀기 좋아하고,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철부지였어.
근데 내 눈앞의 너는 나이스하고 속도감도 있고, 말도 잘하고, 불시에 벌어진 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처리하는 베테랑 사회인이더라고.
그러니까 엄마의 생각은 너무 좁고, 단편적이고, 너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한쪽으로 치우진 편견을 갖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게.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변화하고 있었어.
서서히 너를 성인의 자리, 사회인의 자리로 키워간 건 엄마가 아니라 너였구나.
성장 쪽으로 말이야.
너를 보며 배운거 한가지~!
내가 생각하는 성장의 성격은 변화야.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걸 알았어.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변화도 성장이고,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도 성장이고,
이제 보니,
근데 이런 성장도 성장이지만,
벚꽃이 만개했다가 다 져버리고 푸른 잎사귀만 남기는 것도, 능소화랑 동백꽃이 모가지 뚝뚝 떨어뜨리고 제 갈 길로 가는 것조차도 엄만 성장이라고 생각해.
시들어 떨어지는 것이 식물의 성장의 순환이기도 하니까.
얘네도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애들이니까.
지난번에 엄마가 아랫집 할머니네 밭에 쪼그리고 앉아 밭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 적이 있었어.
부추는 뿌리가 얕게 퍼진단다, 냉이는 뿌리가 굵고 깊어.
여기까지 쓰면 넌 말하겠지?
우와, 우리 엄마가 그런 것까지 알아?
그래,
사실을 털어놓지.
이건 젊은 농부 작가인 지선 작가님이 팁을 주신 거란다!
자, 이제 됐니?
계속 들어봐 봐.
이처럼 자연이 내놓는 것들은 어느 것 하나 규격화되고 경직된 것이 없어. 서서히 자신들 속에 있는 제각각의 세포지도를 따라 순응하는 거야. 그러니까 성장은 우리 생각보다 스펙트럼이 넓다고 할 수 있지.
그렇게 성장은 자연의 색을 가지지.
그러나 눈에 보이는 성장이 있다고 해서 그게 내적성장과 반드시 연결된다는 뜻은 아니야.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성인의 자질을 갖췄다거나 성인의 의식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지.
좀 전에 말한 부추와 냉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럼 이 아이들은 어디에 심기울 수 있을까? 얘네들이 땅이 아니라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에 내려앉는다면 자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얘네들이 살고 자라고 자신이 될 수 있는 소스는 관계이기도 해. 그것의
그래서 뿌리는 흙을 만나야 자라고, 사람은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깊어진단다. 그 말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되어서 성장의 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야.
나 혼자 잘한다고 클 수 있을까?
뭐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면 클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크는 것과 성장은 다르지.
크는 건 세포가 변하는 발육에 가깝지만, 성장은 본질은 같지만 양적, 질적, 영적 성장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거든.
그러니까 제대로 된 관계 속에서 성장이 더 잘 일어난다고 볼 수 있지.
그럼 다음에 양적, 질적, 영적 성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대문사진 : photo by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