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하다가 다쳐서 갈비뼈 3번과 4번이 골절됐다고 해요. 그런데도 제겐 말도 안 하고 일주일을 참았다 오늘에야 병원에 갔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하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이기도 하고, 괜찮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이기도 합니다.
본인 말로는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라고 합니다만, 그 말속엔 여러가지 숨은 뜻이 들어있음을 짐작합니다.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거야. 난 자존심이 상했거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아픈 걸 알아주면 안 돼?'
'나도 내가 자꾸 아픈 게 화가 나!'
등등등.
왜냐하면 그가 제게 조금 삐쳐있거든요.
며칠 전 식사 중에 남편이 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면서 잔소리를 하길래 "당신 지난번에도 똑같이 말했어. 왜 기억 못 해?" 하고 말했는데(제 딴에는 그냥 좀 분명하게 얘기한 건데) 기분이 상해서 그때부터 말을 안 하더라고요.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다면 좋았겠지만 저도 타이밍을 놓쳤거든요.
점점 손이 많이 가고 어린아이처럼 챙겨야 할 일들이 늘어나네요. 아마 그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그를 따라다니며 식사와 약을 챙기고 이것저것 참견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부부가 서로 손이 많이 가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자기 자신의 몸과 정신을 지킬 줄 아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이럴 때 호킨스 박사의 조언은 우리 마음에 너른 담요 하나 깔아줍니다.
늙어가는 것,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 무능해지는 것에 대한 짜증을 놓아버리면 나름 도움이 된다.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게 되며 품위를 지키기 시작하게 되니까.
항복하면 노화과정과 화평을 이룰 수 있다. 사랑을 베풀고 타인이 자신에게 베푸는 사랑과 보살핌에 감사하게 된다.
'누군가 나를 돕게 되는 건 내가 이기적인 거지.' 그러나 실제로 그건 너그러움이다.
너그러움은 나의 삶을 타인과 나누려는 자발성이다. 타인에게 나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건 그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다.
- 놓아버림, 데이비드 호킨스, 판미동.
이 내용을 적다 보니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생각나네요.
자신의 아픈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모리 교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인생이라는 수업에서 꼭 기억해야 할 가치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노년과 죽음이 어떻게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하는지도요.
그는 자꾸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라고 얘기하며 삶의 핵심은 사랑이라고 말하죠.
호킨스 박사도 같은 말을 했답니다.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예외를 두지 않고 최대한 자애롭고 너그럽고자 노력한다'고요.
사실 사랑을 보여주지 못한 냉랭함이 서로를 오해하게 만든 것이지요. 결론은 저의 '사랑없음'이 이 모든 갈등의 씨앗이라는 것입니다.
집에 있는 남자 둘을 생각하며 적어본 시예요.
사랑을 따라가는 일은 요원해 보이지만 포기하지만은 않으려고요.
(그들이 화나게 할 땐 지울 수도 있습니다)
아침부터
아침부터
내 웃음 씨앗을 터뜨리는 두 남자
오랜만에
원피스를 입은 내게
엄마, 오늘은 세련이 넘치네
아들의 말에 미소 한 번
남편 옆에 앉아 외출하는데
큭 하는 웃음 한 번
백미러에 적힌 까만 글자 두 개'금주'
어제저녁 기울인 술은 술이
아니었나
금주하고 싶은 그맘
마음먹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아들의 농담에
남편의 익살에
아침에 내게 준 두 남자의
작은 위트
하루 종일 웃게 한다
* 미치 앨봄의 책. 은퇴를 앞둔 중년의 제자와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교수 모리가 매주 화요일에 만나 인생의 지혜를 전하는 수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