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악의 필요성

by 캐리소


디즈니 만화 영화든, 드라마든 어떤 이야기의 고리 속에 반드시 갈등과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악이 있는가?

악은 악 이외의 어떤 기능이 있을까?

살아있는 어떤 개체라도 역경과 고난에 처해지게 되는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어떤 존재라도 거꾸로 쑤셔 박는 것!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악의 기능이었다.



로버트 번스는 "생쥐와 인간이 아무리 정교하게 계략을 꾸며도 빗나가기 일쑤다."라고 했다.

인간의 계획이나 기대가 항상 마음처럼 성공적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만큼

인생이 불확실하다는 것이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용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과거 내가 '악'이라고 명명한 일들이 악이 아니라(내게 선이 아닌 것은 모두 다 악이라고 규정할 때) 자연이 드러내는 '혼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고려한다 해도 혼돈이 질서보다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예측 불가능성이 조금 줄어들면 훨씬 좋을 수 있지만, 아예 없으면 삭막하다.

- 질서너머, 조던 피터슨.


혼돈은 불안을 야기하기도 하고 잠시동안 가혹한 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로, 아니 참으로 자주 새로운 기회를 던져 주거나 내 안의 창의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면 정체된 삶은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악이라고 규정했던 양극성의 다른 면이 부상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때때로 서로를 강화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새로운 통찰이나 가치를 부상시킨다.


그러므로 혼돈과 질서는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불확실성도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온실에서 곱게 키우고 싶은 내 아이들을 나는 자연의 부정적인 힘에 내맡겼다. 가난과 결핍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막지 않았고 함께 힘든 시간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면, 바로 당신이 아이의 위험이 된다. 삶에 필요한 모험을 박탈하여 아이를 나약하게 만들고 있는 당신이야말로 파괴의 힘이고 의식을 집어삼키는 마녀다.

- 질서너머, 조던 피터슨.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아이, 주변에서 마주치는 잔인함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는 아이, 모든 걸 순진하게만 받아들이는 감상적인 아이, 현실적인 문제들을 회피하느라 도망 다니는 아이를 만드는 건 지나치게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가 가진 위험이다.


그래서 둘 다가 필요하다.

세계는 부정성과 긍정성, 혼돈과 질서, 선과 악, 두 개의 다른 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키울 때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자신이 부모이기 전에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부모의 자리에 앉았을 때 낭패를 당하지 않게 된다. 어떤 사람인지와 어떤 부모인지는 손의 앞뒷면처럼 같이 붙어있지만 다른 기능을 할 때가 많다.


나는 비로소 부모가 되어서 나를 보게 되었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고 그 당황함 사이로 양육은 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며 이루어졌다. 나의 본성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적절히 대응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항상 귀를 열어 놓았다.

그래서 더 자발적으로 악에 맞섰고 더 많은 것들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심리적 두려움이 있었지만 분개에만 빠져 있지 않았고 다소 용감해지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뿐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지금은 자신의 길을 잘 헤쳐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분명하게 나로서 서 있어야 함을 배우고 있다.


악도 악이 할 일이 있다.

그래서 필요악이라고 하나 보다.

그 자체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위한 수단으로써, 불가피하게 수용해야 하는 상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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