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르의 비행

- 소로의 일기, 청년편.

by 캐리소



페어헤이번 언덕까지 갔다.
해가 서쪽 구름 속으로 들어간, 춥고 어두운 오후다. 볼만한 것이 별로 없다. 잎을 떨군 나무들이 초라하게 서 있다. 하늘빛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 심장이나 파먹으면서 이빨로 삶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그런 날이다. 지금은 질긴 나무껍질로 멍에를 만드는 철이다. 자신의 목에 걸 멍에다. 물질과 시간에 매인 나 자신을 본다. 실로 참기 어려운 날이다. 모기도 남김없이 떠났고, 벌레 한 마리 울지 않는다. 귀뚜라미도 겨울 숙소로 들어갔다. 친구들도 오래전에 떠나버렸다. 혼자 남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언 땅을 걷는다. 아,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깊은 내면에 불을 밝힐 때가 아닐까?
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히코리와 백참나무는 더 밝게 타오르고 있지 않을까? 지금이 저 위대한 '과세평가인'이 내 사람됨에 세금을 매길 때가 아닐까? 내가 소유한 영혼에 매기는 세금. 땅이 얼어 꽃을 딸 수도, 방풍나물 뿌리를 캘 수도, 순무를 뽑아낼 수도 없는 날! 생각은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나? 자신이 하늘에서 홈쳐낸 불이 지금 무슨 쓸모가 있을까? 생각 하나하나가 당신의 뇌를 파 먹는 콘도르가 된 것은 아닐까?

p. 351



내게 서울은 미세먼지가 목구멍을 틀어막은 원통형의 하루와 같습니다. 오늘 여기도 춥고 어둡습니다. 눈이 녹아내린 후의 검은 먼지를 뒤집어쓴 나무는 어떤 환한 희망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시 비출 햇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 되는 소화력에 미세한 움직임을 기다리면서 오랜 철길의 녹을 머금고 엎드려 있어야 할 날들입니다.

흙의 생명력이 녹을 파먹을 수 있도록 조용히 목소리를 줄여봅니다.


물질과 시간에 매여있더라도 내면의 목소리는 닻을 내릴 생각이 없습니다. 어깨에 맨 가방이 걷는 거리를 늘여놓고는 작은 나를 더욱 짓누릅니다.

다시 한번 허리를 곧추 세우고 집을 향해 걷습니다.


집은 참 좋은 친구입니다.

벌레도 귀뚜라미도 결단코 자신의 집을 잃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친구들도 집으로 돌아감으로 완전한 자신으로 옮겨갑니다. 우리는 우리의 현재와 동시에 미래의 집을 짓고 있습니다.


내가 소유한 영혼에 매기는 세금이라니.

한 땀씩 생각의 발자국을 놓으며 머리 위를 빙글 도는 콘도르의 비행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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