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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소 Apr 17. 2023

힘 좀 풀어봐요


브런치 작가인 '일과 삶'님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에 여러 명이 매일 책을 읽고 인증하는 '매일 독서 습관 쌓기' 방에 적을 두고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단체방에 인증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을 이용하는 25명 남짓의 회원들 중 노년에 해당하는 분도 고 대다수는 중년이며 청년도 한 두 명은 되는 것 같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사실 몇몇 분은 얼굴을  적도 있기 때문에 대략 유추해 볼 수 있다.

연배가 있는 노년도 그렇지만 청년들은 그 안에서도 귀하고 귀하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다양한 갈래의 삶의 방향을 책에서 만나고 인사이트를 얻는다.






지금까지 주변에서 지켜본 바 젊은이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다. 가까운 친척 중에는 자기가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수년 동안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청년도 있다. 해외로 유학을 갔다 온 청년들은 또 그들대로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가 자신이 마음을 바쳐 하고 싶은 일을 만나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또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남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이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며 발을 내딛는 일이 만만치 않으리라. 그러다 보니 온몸은 잔뜩 경직되고 마음마저 답답함에 욱여싸여 있다.


내 눈엔 자못 단단하고 여물어 보이는 청년들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한숨 쉬는 걸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마음도 편히 풀어놓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럴 땐 가만히 그들에게 다가가 말해주고 싶다.

그러지 말라고.

그 오로라 같은 마음에 거미줄을 치지 마시라고.


오로라가 생성되는 곳은 암흑면이라고 한다. 오로라가 목성의 암흑면에서 생성되고 나서 목성의 자전에 따라 낮 쪽으로 회전하면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이때 오로라는 한층 더 빛을 발하며 몇백에서 몇천 기가와트의 자외선을 우주로 방출한다. 이처럼 빛의 광도가 급증하는 것은 오로라가 목성 대기권 밖으로 적어도 10배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주 과학, '참 좋은 사람님' 블로그에서)

더 환하게 빛나기 위해서는 어두운 면이 꼭 필요하겠지? 그렇다고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하라는 말은 아니다. 나 자신도 우리 아이들이 고생하는 게 싫으니까. 그래도 너무 현실을 비관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들 속에 있는 빛남이 적당한 템포에서 적당한 어둠을 밀어내고 고개를 내밀기 바라는 바다.


청년들의 가슴속에서 잠자고 있는 오로라가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비칠 때를 기다린다. 마음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법을 익히면 자신이 어떤 면에 제일 중점을 두고 무엇을 커다란 가치로 삼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책을 통해 마음의 방향을 발견하려고 마음먹은 청년의 모습에서 난 오로라를 본다. 길은 여러 가지겠지만 분명한 자기의 길을 발견하기 위하여 애쓰는 사람의 눈빛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젊음 하나만으로도 오로라의 빛을 뿜는 그들이 스스로의 빛을 발견한다면 그들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도 새하얗게 밝아질 것이다.



때때로 그들이 헤매는 걸음마저도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발자국이 된다.

삶에 드리워진 거미줄에서도 특유의 기백과 리듬을 찾아낼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은 아직 발견하지 않은 숨겨진 오로라다.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응원하는 시선은 기성세대인 우리가 지녀야 할 너그러움의 다른 이름이다.

거미줄에 조롱조롱 빗방울이라도 걸리면 얼마나 싱그러운 그림이 되는지 오래 마음을 다해 바라본 사람은 안다.



청년들이 경직된 마음에 힘을 풀기를 바라면서 거울처럼 나를 데려다 놓는다.

나는 과연 힘을 풀 수 있는 나이인가.

무엇인가 '이룬'이라는 말속에 포함된 게 경제적 풍요나 자녀의 독립이라면 난 이룬 게 별로 없다. 그래도 거미줄 같은 삶 속에 작은 위안이라면, 자연을 보드랍게 바라보고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를 자분자분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걷다 보면 빗방울 조롱조롱 매달린 싱그러운 하루를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존에 관한 한 청년이든 중년이든 온전하게 힘을 풀 수는 없겠지만 마음만은 감자 수프처럼 가끔은 놀놀하게 풀어놓으면 좋겠다.

살아보니 삶의 80프로는 마음이 좌우한다. 이상하게 그렇게 믿어진다. 어떤 논리적인 통계보다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고 우겨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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