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쯤 내 행위와 나 자신을 분리해서 사고할 수 있을까?
나는 사태의 주체가 아니고 그래서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은 눈을 감았던 몇몇의 장면들 뿐이다. 값을 치르지 않고 그곳을 지나온 나 자신의 계산서를 소소하게 치르는 일이다.
21세의 소로는 무엇을 해야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지 물었는데 57세의 나는 시간의 간극도 심연 같다.
봄을 두려워하는 사람의 심장을 만났다.
세상을 떠난 가족의 숨결을 봄의 숨결에서 만날까 봐 벌써부터 그리워진다고.
그에게 봄은 몇 차례나 말할 수 없는 멈춤을 들려줄까?
약속을 받았으나 그 열매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까닭 없는 걱정은 없다.
어둠과 밝음의 미학쯤은 이제 알아야겠다.
아름다움에 지속성까지 가질 수 있다면 순수함은 평온한 고요함과 함께 자랄 것이다.
생각의 끝은 어디일까?
거기까지 가보지 못한 사람은 되돌아 나올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