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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소 May 21. 2023

마리오가 시를 노크한 것처럼

에세이 클럽을 노크해 보시길





메모장엔 잔소리가 주르륵 적힌 삼백여 권의 도서 목록이 있다. 누가 추천해 주었는지, 어디서 알게 된 건지, 어떤 책 속에서 메모를 남기게 된 건지 시시콜콜한 자신의 존재 사실이 어떤 타당성을 가지는지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어떤 책을 읽다 보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추천해 준 사람의 얼굴과 그의 특징이 (사실은 내 머릿속에서 조합된 이미지이지만) 고스란히 배어 나오기도 한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으면서 징검다리를 건널 때처럼 임수진 작가님의 익살스러움과 마리오의 재치가 서로 콜라보된다. 뭐지, 이 코믹 액션 스릴러 풍자 해학극은?

소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코믹과 풍자 해학은 대충 이해하실 것이다. 근데 웬 액션 스릴러?

그것은 수진 작가님의 블로그나 브런치를 읽어보면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이실 것이다. 단아하신 외모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덜덜한 스릴러를 시전 하시기도 하니까. (더 이상은 스포 금지!)


이 책은 임수진 작가님이 읽어보라고 했다고 적혀 있다. 내 기억은 믿을 수 없지만 메모만큼은 진심을 다해 진실을 말하고 있으리라.

소설 속에서 네루다 시인의 우편물을 배달하는 마리오가 시를 통해 네루다와 우정을 쌓은 것처럼 통통 튀는 수진 작가님도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임수진 님은 에세이 클럽을 수업하며 만난 분으로 '안녕, 나의 한옥집'을 출간한 작가님이다.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인 '오토바이 타는 여자'를 읽고 그녀를 만났으니 난 그녀를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하다.

온라인으로만 마주했던 그녀는 희고 단아하고 개구쟁이같이 영특한 눈망울을 갖고 있었다. 내 저렴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이 책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마리오가 수진 작가님을 만난다면 발랄하고 엉뚱하고 때로는 진중하기도 한 서로를 찰떡같이 알아봤을 거라고 짐작한다. 서로 죽이 척척 맞은 술친구처럼 어깨동무로 낄낄거리면서 칠레의 한적한 바다 마을 이슬라 네그라의 낭만이 섞인 를 읊조리는 걸 즐겼으리라. 그리하여 시로 혁명을 이룬 네루다처럼 마리오와 수진님도 문학이라는 빛나는 연결고리로 이어지리라.


지금 수진 작가 그녀가 블로그에서 이루고 있는 거미줄 같은 영향력이 수많은 나와 너들의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소설 속 네루다는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지를 묻는 마리오에게 걸으면서 생각하는 걸 시작해야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변에 글쓰기를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그렇게 말해줘야겠다.

네루다의 걸출하고 푸근한 배불뚝이 분위기를 풍기면서(그건 자신 있다. 이미 내가 갖고 있으니까) 당장 에세이 클럽을 노크하라고! 자신이 쓰는 글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참신하고 넓은 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하고.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 친구인 써니 님도 계시다고! 수진 작가님이 만들어놓은 마을엔 글에 진심인 사람들이 서로를 열망하게 만드는 마법이 흐르는 곳이라고!


처음에는 첫눈에 반해버린 베아트리스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마리오도 시를 만나고 나서는 그녀를 시로 재탄생시켜버리는 경지에까지 이른다. 누구라도 수진 작가님을 만나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던 글의 문을 기대에 찬 가슴으로 삐그덕 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다.


소설에선 시와 정치를 양립시키고 싶어 했던 시인 네루다의 이상이 우편배달부 마리오를 통해 구현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책의 작가인 스카르메타는 네루다의 시는 네루다 자신의 것이 아닌 칠레 전체의 것임을 소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역자의 말처럼 그야말로 시가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 삶의 영역으로 뛰어들었으니 마리오를 통해 그 일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마리오와 닮은 수진 작가님을 많은 문우들이 만나기를 바란다. 글이든 생각이든 삶이든 그녀처럼 용감하고 귀엽게 뛰어들 수 있다면 우리 일상도 다채로워질 것이니까. 마리오와 네루다의 티키타카가 재치 있고 해학적으로 시에 다가간 것처럼 수진 작가와의 그것도 또 다른 티키타카를 만들어낼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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