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대는 사이

by 캐리소

아들과 나의 대화 중,


늘 엄마는 책상에 앉아서 뭘 하느냐고 한다.

- 글 쓰고, 그림 그리잖아.

매일 책상 앞에 줌을 켜놓고 자신을 방어하는 건 아니냐고 묻는다.

- 그건 아닌데, 듣고 보니 좋은 방어막이긴 하네.


내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면,

- 어 잘 그리네.

영혼이 가출한 감상만 건넨다.


돌아보니 우린 단답형 대화만 주고받는다.

근데 조금만 말이 길어지면 아들은 눈으로 컷! 을 외친다.

그래서 STOP!!



가끔은 이렇게 내게 보드라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엄마의 그림 그리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아들의 속마음을 듣는다.


겨울과 봄은 서로에게 데면데면해 보인다.

하지만 얼음장 밑에선 눈이 녹고 그 물이 흘러 땅을 깨운다.

하나이지만 각각의 존재로 완전하다.

현상은 본질을 내포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지만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우리의 뒤통수엔 심연의 눈이 연결되어 서로에게 물을 대고 있는 것이다.


미완성만 잔뜩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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