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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는 것도 저작권 침해일 수 있어요

'내가 좋아서 그린 건데 뭐 어때?'

by 벙긋 웃는 문혜력

혹시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거나 만들어서 개인 SNS에 올리거나 친구들에게 선물해 본 적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내가 좋아서 그린 건데 뭐 어때?'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최근 배우 이*비 씨의 사례를 보면, 이런 행동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 모두가 저작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비 씨의 '포켓몬스터 그림' 논란은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요?

배우 이*비 씨가 자선 경매에 직접 그린 포켓몬스터 캐릭터 그림을 출품했다가 조용히 철수하는 일이 있었어요. 이*비 씨는 평소 그림 그리기를 즐겨하고, 이번에도 좋은 취지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나섰던 거였죠. 하지만 온라인에서 "포켓몬 코리아의 정식 허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그림은 경매에서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포켓몬스터는 일본 주식회사 포켓몬이 소중하게 여기는 지적재산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포켓몬 코리아가 그 권리를 관리하고 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마음에 따라 그렸다 하더라도, 그 그림이 상업적인 공간에 등장하는 순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사건이 보여준 셈이죠.

'돈 벌려는 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저작권을 '남의 것을 베껴서 돈을 버는 행위'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저작권은 훨씬 더 넓고 섬세한 개념입니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가지는 복제, 배포, 전시, 2차 저작물 제작 등의 다양한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예요. 그리고 이 권리는 놀랍게도 상업적인 목적이 없어도 침해될 수 있습니다.

이*비 씨 측은 "개인 소장용으로 그린 그림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자선 경매는 결국 그림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거래되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선한 목적이라 해도,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좋아서 그렸고 돈도 안 벌었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자칫 법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


'자선'이라는 이름으로도 저작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수익금 100% 기부하는 자선 행사였는데도 안 된다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법적으로는 자선이라는 아름다운 목적만으로 모든 저작권 침해로부터 면책되는 건 아닙니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그 캐릭터로 만든 그림을 경매에 올리는 행위는 공중 송신이나 전시, 배포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단순히 법적인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창작자에 대한 존중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해도,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결국 그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창작자가 피땀 흘려 만들어낸 결과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그들의 노력을 존중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이 마땅한 태도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자유와 저작권 사이의 경계는 어디까지 일까요?

예술은 종종 모방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따라 그리고, 연습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는 것은 창작 활동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죠. 하지만 그것이 개인적인 공간을 벗어나 공공의 장에 등장하고 유통되는 순간, 더 이상 단순한 취미나 연습으로만 남을 수는 없습니다.

이*비 씨의 사례는 우리 모두에게 "내가 그린 그림인데 왜 안 되느냐"는 생각을 넘어서, 저작권자와 창작자의 권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특히 그림을 그리거나 창작 활동을 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저작권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에는 팬아트나 팬 작품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활발하게 공유되는 시대잖아요. 이런 콘텐츠들이 어디까지 괜찮고 어디서부터는 선을 넘는지를 판단하는 감각을 우리 모두가 키워야 합니다. 윤리적인 기준과 법적인 기준,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요.

이를 위해 '저작권 감수성'을 기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이*비 씨와 소속사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는 것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몰랐다"라고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반응일 거예요. 우리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저작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한 번쯤 확인하고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창작은 존중받아야 하고, 그 존중은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사용할 때부터 시작되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자유도 소중하지만, 그 자유가 어디까지인지 아는 것 역시 중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곧 나의 창작물을 소중히 여긴다는 반증일 겁니다. 서로의 창작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창작 문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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