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지인 집에 초대되어 놀러 간 적이 있었다. 10년 넘게 이어온 지인과의 인연으로 이제는 정이 깊어지고 깊어져 서로 간에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가 파악이 되는 사이가 된 것 같다. 물론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선과 예의를 지키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관계이다.
그 집에는 우리 첫째보다 2살 더 많은 아들이 있어서 특히나 아이들이 형과 노는 것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우리 집에는 없는 총, 칼, 도끼 등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과 평소 구경하기 힘든 포켓몬 카드 앨범을 보며 "좋겠다 형아는. 우리 집에는 엄마가 안 사줘서 이런 거 없는데"라며 부러움을 여과 없이 풍겨대는 것이다.
놀러 간 날부터 커피며, 밥이며 아무리 우리가 초대되어 갔다고는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분들을 생각하면 참 감사한 인연이구나라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다.
더군다나 나와 둘째가 편히 자라며 안방에 침대까지 내어주니 참말로 깊은 배려이며, 은혜를 받았다는 느낌까지 드니 말이다.
내가 이런 배려를 받을 만큼 이분들께 해준 게 있던가.
안방에 침대를 양보받는 배려가 흔한 것일까?
새벽에 갑자기 사과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드러기가 난 첫째 때문에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근처 친정집에 잠옷 바람으로 약을 받으러 다녀와준 마음.
첫날 무리했던지 아침부터 몸살 기운에 비실 비실대는 나를 위해 급하게 약국에서 따뜻한 쌍화탕과 약을 사와 안방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갖다 주는 마음.
잠이 부족해 연거푸 하품을 하는 둘째를 편히 재우라고 큰 아이들만 데리고 영화관으로 향해주는 마음.
영화관에 간 형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마음까지.
그동안도 받은 게 참 많은 고마운 분들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내심 자격지심이었는지 스스로 그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내고 있었는데 이제는 마음속 깊이까지 와닿는다.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고 했던가.
이 소중한 인연 놓지 말고, 끝까지 서로서로 아껴가며 이 고된 삶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보듬어주고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