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살아야지

부부의 연

by 고요한마음

남편이 수술을 받았다. 조금은 부끄럼이 드는 부위에 받은 수술이라서 남들에게 이야기하기에도 꺼리게 된다.


집에서 푹 쉬어야 하는데 아들이 둘인지라 온전히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시댁에 가서 요양 좀 하고 오라고 보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앉아있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1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내 몸이 하필 남편이 없는 그 일주일 사이에 아파서 무슨 정신으로 아이들을 돌봤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콧물이 줄줄 흐르고 코맹맹이 소리에 목은 아프고 목소리도 온전치 못하다.


'엄마는 아프지 말아야 하는구나. 아파도 티를 낼 수도 티 낸다고 한들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아이들 밥도 먹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싱크대에 쌓여가는 접시까지 그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이 다투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그냥 그 장소를 단박에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될 대로 되라고,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고 싶은 좌절감마저 느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괜스레 그 마음의 칼날이 남편에게 향한다. 자기가 좋아서 마신 술 때문에 수술 전날까지도 마신 술 때문에 환부가 더 안 좋아진 것이라고, 왜 도대체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건지 그러면서 자기는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했다고 자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위로하고 있겠지라며 마음 가득 증오와 미움의 감정을 앞세운다. 나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말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몸이 아프니 온갖 부정적 마음이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잠식해 나가는 상황.


하.... 엄마 하기 힘들구나. 정말 힘든 자리였구나.

물론 남편도 많이 힘들겠지. 회사에서 가정에서 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것 투성이니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누가 어찌 알 것인가. 가장의 무게.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나를 내려놓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내 꿈의 에너지를 밖으로 표출하기보다 안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참말로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인내하고 난 뒤에야 진정한 어른으로서 삶을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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