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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드북

[드라마]Netflix ’위기의 친구들‘ 시즌 1,2

불혹의 단편들

by 스투키


뉴욕에 모여사는 마흔 살이 된 하버드 대학 친구 여섯 명의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을 다룬 시트콤으로,

​두 시즌 동안 학교 이름만 두세 번 언급되는 게 전부고, 관련 챕터나 하버드 졸업생에게 기대하는 사소한 지적 대화조차도 없어, 굳이 하버드 졸업생이라는 배경을 깔아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주인공들은 이제 마흔이 됐지만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한 학창 시절에 머물며 성장하지 못하고 철없는 행동을 이어간다. ​

친한 친구들과 함께일 때는 누구나 나이를 잊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으니 이런 상황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철없음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문제로, 그 행동의 중심에는 친구끼리의 뿌리 깊은 불륜이 자리 잡고 있어서 완전 막장 컨셉이 아니고서는 마냥 코믹하게만 풀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뭔가 막 유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슨 관계의 의미가 돋보이는 것도 아닌 뭔가 떨떠름한 느낌.

그래서 그런지 넷플릭스에서 시즌 3 제작을 취소했지만 그다지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다.


맥스 역의 프레드 세비지(오른쪽)는 모던패밀리(Modern Family, 2009~)에서도 게이 마사지사로 특별 출연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게이로 출연해서 혹시나 커밍아웃했나 찾아봤더니 그런 건 아닌듯하다.

마리안 역을 맡은 한국계 여배우인 박재서 양을 보면서 계속 가수 싸이 생각이 떠올랐는데 이름도 싸이 본명인 박재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왠지 모를 잠깐의 소름을 경험했다.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출연 배우 코비 멀더스는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트콤 계열보다는 역시 어벤저스 시리즈나 ‘잭 리처 네버 고백(Jack Reacher: Never Go Back, 2016)’의 여전사 이미지가 어울리는 것 같다.​

그녀의 대표작이 시트콤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How I Met Your Mother, 2005~2014)’ 이긴 하지만 그때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가장 유명한 배우는 1988년 메가 히트 미드 The Wonder Years의 주인공이었던 프레드 세비지다)

드라마가 좀 어중간 한 느낌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한 단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태어나고 살고 죽는다는 단순한 프레임 안(in)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인생들은 그리 단순하지 많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며 겪는 대부분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은 흔들리고 어린 시절 자신이 그토록 비난했던 짓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즈음 관계의 복잡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다듬어진(변형된) 시선을 가지게 된다.

그때쯤이면 이런 드라마의 복잡한 관계의 설정이 그저 허구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에 대해 그리 놀랍지도 않고 인간이 가지는 나약함을 인정하기에 단 한순간의 실수로 연예인은 판단할지언정 타인의 인생을 판단하지도 않게 된다.

실은 그것이 세월이 가져다준 지혜라기보다는 그저 매사에 두던 관심과 열정이 귀차니즘을 곱게 포장한 관용이라는 태도에 슬그머니 그 자리를 양보한 것뿐일 수도 있다.


계절로 따지면 가을쯤 될까?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표현을 겸손의 의미보다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의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세찬 폭우가 몰아치던 뜨거운 여름은 갔다.

그 여름을 기억하게 해 주고 조금이라도 그 시절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일 것이다.​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오래도록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그런 좋은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어린 시절 둘도 없던 친구들은 여러 가지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이유로 각자의 레벨로 다시 헤쳐 모인다.

어쩌면 드라마에서 굳이 필요 없어도 될 것 같아 보이는 하버드 대학 동기라는 설정을 집어넣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을지 모른다.

최고의 명문대라는 것이 마흔 살이 넘도록 그들의 만남을 이어주는 레벨의 미니멈 동화줄일 수도 있다.

물론 성별이 섞이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다.

하지만 드라마 속 대사처럼 위험해서 더 끌린다.

기존의 삶과 관계 속에 들어온 권태의 늪에서 내미는 유혹적인 죄의 손길을 마다하기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자극적인 충동과 쾌락에서만 어릴 적 열정과 비슷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과거는 지나가면 갈수록 점점 보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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