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을 구매한 이유
큰돈을 버는 방법은 4가지다.
유산으로 상속받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사업(투자를 포함)을 하거나,
부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본문 종합)
책을 읽고 크게 공감한 나는,
바로 나가서 20억 당첨금의 즉석 복권을 샀다.
긁지 않은 동안은 양자 역학에 의해 1등 당첨과 낙첨의 동시성을 부여받았으므로, 내 재산의 규모는 순간 크게 늘어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땡큐. 슈뢰딩거)
만일, 이 책의 내용들이 작가가 성공한 근거의 전부라면 저자는 인간이 아니다.
그가 쌓은 엄청난 양의 부(富)가 정말 이 책에 적힌 대로만 얻은 결과라면 그는 신(神)이다.
세상 올바르고 정직하며, 깨끗한 마음가짐과 방법만을 사용해 얻은 엄청난 돈 이라니!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상적인 종교가 아닌가?
돈에 관한 작가의 이야기는 대부분 맞는 말일 것이다.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기술적인 부분도, 돈을 대하는 태도를 다룬 윤리적인 부분도, 모두 유익한 내용들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고, 그래서 큰 부자로 살 수 있다면, 정말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부자를 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못 봤다고 없는 건 아닐 것이다.
난 작가처럼 엄청난 부를 가진 사람을 매체를 통하는 것 말고는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보통의 부자들도 대부분 안 그런데, 더 돈 많은 부자는 더 안 그렇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난 사람들이 커다란 부를 쌓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다쳤을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더 많이 갖기 위한 싸움의 클리셰인 원망과 눈물, 증오와 원한을 가진 사람들도 더러, 혹은 여럿 있을 것이다.
제발 다른 사람의 조롱이나 비난에 대해 신경 쓰지 말아라. 친구도 2명도 많다. 가족이면 충분하다.
(본문)
이런 문장들은 작가의 작성 의도에서 벗어난 해석이겠지만, 막대한 부를 쌓는 과정에서 더러 그늘 속에 감추어진 상황들이 포함됐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성공하고 나면, 그동안 정신없이 휘둘렀던 탐욕의 발톱은 묻었던 살점들을 덜어내고, 관용이라는 페디큐어로 예쁘게 손질된다.
모든 성공은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역사는 승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된다.
모두가 내가 잘난 덕이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선이다.
그러나 개인 독립기념일은 내가 잘나서 이룬 날이니 맘껏 축하해도 좋다.
(본문)
책에 기술된 돈을 버는 테크니컬 한 요령들은, 돈에 관한 다른 서적들에서도 유사하게 언급되는 것들로 아주 비밀스러운 특별한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 용어를 익히고, 근로소득 보다 많은 자본 소득을 올리기 위해 종잣돈을 마련하고,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복리를 이용하고, 창업을 하고 등등.
하지만 유독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강조하는 자신이 가르치는 삶을 실제로 살고 있는 ‘진짜 선생’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 유튜브를 통해 이미 가지고 있던 유명세도 책을 고르는데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이런 외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 보자면,
따분할 수 있는 경제 정보들을 작가 자신만의 철학과 인문학에 버무려 재해석 함으로써, 뭔가 이성적 영역에 감성을 입혀 신비하면서도 그럴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스티브잡스식 철학이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파고드는 카리스마로 작용한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돈의 철학적, 윤리적 가치관을 깊게 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막상 내용의 70%는 그것들로 채우는 기만(?)을 서슴없이 자행한다.(사실 이 책은 경제서적이 아니라 인문 서적이다.)
거기다, 현란한 필력과 찰떡같은 비유들을 사용해 이해하기 쉽게 돈을 설명하고 자신의 성공을 겸손으로 포장하는 솜씨는 내가 봐온 돈 관련 서적 중에도 단연 으뜸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 꾼이고 본능적으로 어떤 책이 팔리는지 아는 것이다.
내가 이 글에 저자 대신 작가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돈에 대한 이런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운명에 이끌리듯 나는 내게 그 일이 주어졌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본문)
작가는 정말 독자에게 그 비밀을 전부 까발렸을까?
아니면, 자신의 어떤 치부를 감출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알려 주었을까?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말을 적용해 보자.
어쩌면 이 책에는 담기지 않았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는 감추고 싶은 비밀들이 성공의 핵심일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급여만을 위해 회사에 취직하기를 원하고 도전정신없이 창업하지 않는 것을 강하게 다그치는 대목도, 결국엔 작가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이 그런 월급쟁이 젊은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감추는 것이다.
에디슨은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영감’이라는 말을 남겼지만, 99퍼센트보다 중요한 건 1퍼센트다.
코카콜라 역시 1퍼센트의 맛의 비밀을 오랜 기간 감추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때 화제가 되었던 책 <시크릿>은 성공의 1퍼센트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홍보문구로 화제가 되었다.
99퍼센트의 정보는 대부분 공개되어 있다.
머리말에서도 작가는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이 굳이 그 비밀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그 특별한 비밀을 알려줄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99퍼센트다.
책에는 흥미로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가장 강렬하게 느낀 것은 성공한 부자가 부자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또 돈을 긁어가는 순환법칙.
조던 피터슨 교수가 말한 팔레토의 분포, 마테의 법칙, 프라이스의 법칙 같은 승자 독식의 법칙은 진리라는 것이다.
이 책을 대하는 내 모습이, 비판을 넘어 중2병 반항장애 같은 부정적인 시선임을 간파한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그런 나의 삐딱한 태도를 가지고 내가 평생 돈을 못 버는 이유와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과거에 나도 많은 돈을 벌 기회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땐 나를 예쁘게 본 직장 오너가 나를 앉혀놓고, 자신이 실제로 돈을 벌고 있던 방법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기도 했지만 ‘응 너나 해’의 쿨한 마음가짐으로 한 귀로 흘려들었다.
분명 나의 부자스럽지 못한 지금의 생활은, 경험으로 터득해 온 지혜를 나눠주려는 현자들의 충고를 계속해서 기세 좋게 깡그리 무시한 덕일 것이다.
아마 지금 글을 쓰는 꼬라지를 봐서도 이번 독서의 결과도 같지 않을까 한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