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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드북

[책] ‘인간은 필요 없다’

인공지능의 반란

by 스투키

디스토피아적인 강렬한 제목이 먼저 시선을 끈다.

2015년에 출간된 이 책이 2023년판 저자의 새로운 서문과 함께 다시 등장한 무엇일까?

본문에 의하면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는 기술의 빠른 변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출간 후 10년(정확히는 8년이고 내가 읽은 기준으로)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력을 지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저 챗GPT로 촉발된 AI 광풍이 몰고 온 독자들의 순간적인 정보 폭식 욕구 수요에 맞춘 출판 업계의 자본주의식 기민한 대처일 수도 있다.

책은 AI 기술의 개요를 정리하고, 발전 과정을 설명하며, 미래를 전망하고 기술발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거-현재-미래-대책이라는 전형적인 구조를 따른다.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10년 전 저자가 그렸던 미래가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는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또한 출간 이후 팬데믹과 챗GPT라는 두 차례의 격변이 삶과 기술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느낌을 요약하자면, 저자가 경고했던 부정적인 전망과 기술적인 예측은 상당 부분 적중한 반면, 긍정적인 전망은 대부분 공허하게 느껴진다.

기술 관련 서적들이 흔히 그렇듯, 기술 자체와 그 직접적인 영향에 대한 예측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는 지점에서는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대체로 하나의 전제를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지금까지 흘러온 방식대로, 큰 변수 없이 계속 흘러갈 것’이라는 가정이다.


스스로를 미국식 강압적 낙관주의자라 밝히는 저자는 기술 발전의 유익을 넘치게 누려온 인물이고, 그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2015년이라는 시점 역시 아직 그러한 낙관의 기운이 남아있던 때였을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전쟁, 권력 구조의 재편, 초과 인플레이션과 같은 변수들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 결과 기술의 방향과 귀결은 책에서 제시된 부정적 전망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AI 기술이 불러올 대표적인 부작용은 저자만의 관점이 아니라 전통적이라고 불릴 만큼 보편적인 사항이다.

기술 발전이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는 경향에 따른 ‘대규모 실업’과 ‘빈부 격차의 심화’는, 저자가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대안으로 제시한 ‘직업 대출’이나 ‘공익 지수’ 같은 개념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화되고 있다.


기술의 초기에 방향을 읽고 빠르게 움직인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파이를 먹어치운 지금, 이 책이 주는 유익은 해답을 제시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그저 정보의 전달 측면에서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AI 기술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했으며,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깊숙이 스며든 기술이 어떻게 조용히 일상을 잠식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식으로 부를 독점해 갔는지, 그 독점적인 부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와 같은 내용을 통해

이미 시간의 흐름 덕에 갖가지 매체를 통해 가지고 있던 관련된 지식을 정리해 보는 참고 자료 정도로서의 역할을 했다.


저자는 전체적으로 자신을 공익을 중요시하는 선한 사람으로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독점을 옹호하거나 이미 획득한 부에 대한 손실을 극도로 경계하거나 하는 점으로 보아 기득권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제시하는 정책을 보면 획기적이고 창의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공허한 담론에 얹은 숟가락 정도의 역할만 했을 뿐이다.

기술 관련 서적이라 인문학적 관점을 배제했겠지만, 실상 그것은 실체를 덮고 있는 껍데기에 불과해 보인다.


세상에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보다 더 많다는 믿음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층에 따라 탐욕의 집단이 구조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그들이 미래의 대부분의 파이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면, 저자가 내놓는 정책들은 결국 ‘선의’에 기대는 공허한 가설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쩌면 저자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제목 한 줄에 모두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좋든 실든, 21세기 과학은 국가적 우선순위나 공동 심의에 따르기보다는 거대 자본을 소유한 개인들의 선호에 따라 형성되고 있다.(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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