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분신에게

일란성쌍둥이의 동생 올림

by 수선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평범하지 않은 추억이 많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며 쳐다봤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걸었다. 다가온 사람들의 질문은 매번 똑같았다.

“쌍둥이예요?”

나와 언니는 입을 꾹 다물고 엄마를 봤다. 그러면 엄마는 그렇다며 호응해 줬다. 뭣 모르는 어린 시절엔 이런 관심이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였으니까, 특이함도 특별함도 몰랐다. 익숙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거부감이 심해지던 시기는 중학생 때였다. 같은 교복을 입고 비슷한 머리를 한 우리는 더 닮아 보였다. 학교 안에선 물론,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어딜 가도 사람들이 쳐다봤다.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쳐다봤고, 알던 친구들도 오늘의 나와 언니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악의 없이 비교했다. 구분이라는 명목으로 샅샅이 평가했다. 오늘은 누가 더 예쁘고, 누가 공부를 더 잘하고, 누가 키가 더 크고, 더 착하다며 자신의 기분대로 이야기했다. 급기야 친구들끼리 말다툼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서로 나랑 친한 쌍둥이가 더 예쁘니, 착하니 하며 다퉜다. 그럼 우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서 있는 게 일상이었다. 내 친구가 이기면 내가 기뻐해야 되는 건가 의문이었고, 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질 때는 괜히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위축되어야 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유 없이 서로를 미워했다.

지금은 타인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과거엔 그렇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며 살고 또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이젠 무뎌진 것 같다. 어릴 때는 언제나 온전한 한 명이 아니라는 생각에 서로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타인의 시선과 비교로 우리의 존재가 만들어지는 기분이랄까. 지쳐서 고등학교를 서로 다른 곳으로 다니게 됐고 그때야 조금씩 각자의 삶을 살 수 있었다.

물론 쌍둥이로 사는 일에 단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비교를 겪으면서, 다른 사람이 매기는 점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으며 나에게 집중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생기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에 잘 휘둘리지 않게 됐다. 거기다 쌍둥이기에 할 수 있었던 재밌는 추억도 많다. 만우절이면 반을 바꿔서 수업을 들었던 적도 있고, 고등학생이 된 뒤론 각자의 친구가 생겼는데 길을 걸으면 모르는 사람들(언니 친구)이 말을 걸기도 했다. 반대로 내 친구들도 “어제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 봤어!” 하면서 우리 반까지 달려와 쫑알쫑알, 어제 만난 내 쌍둥이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신기해하는 친구들을 보면 웃겼고 집에 가서 오늘 들었던 이야기를 공유하며 또 웃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워낙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이 비슷해서 서로를 잘 이해해 준다. 옛날엔 ‘쌍둥이라서 내 인생이 힘든 것 같아’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너라도 없으면 인생이 버거울 것 같아’라고 생각한다. 매일 같이 있어서 싫었는데, 태어나고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내서 그런지 각자를 누구보다 잘 헤아려 준다.

내가 파주에서 일할 때에, 언니는 처음으로 나의 자취방에 놀러 왔다. 아무래도 언니의 집은 부산이다 보니, 올 기회를 잡기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었다. 나와 언니는 연차를 쓰고 목, 금, 토요일을 함께 놀기로 했다. 그런데 학교 졸업을 위해 봉사 시간이 필요해 신청했던, 재택 봉사활동 <동화책 만들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해당 활동은 벌써 세 번째 도전이었는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림을 그리는 걸로 꽤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런데 나와 달리 언니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집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기에, 금요일 오전은 ‘봉사활동 하는 날’로 정해 두고 집 근처 카페로 그녀를 끌고 갔다. 나는 동화책의 스토리를 정해 줬고, 언니는 내용에 맞게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일에 집중하며, 조용한 행복을 느꼈다. 문득 너와 내가 비슷하면서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친 눈빛 속에서 그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에게 친구였다가, 엄마였다가, 동생이기도 한 사람. 이런 사람이 내 인생에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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