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고 귀여운 빌런이 될래요

쿨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by 수선화

내게는 오만한 꿈이 있다. 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용쓰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아니면 말고.’


이게 내 모토다. 쿨 하다니, 잘못 봤다. 자존심이자 방어기제에서 비롯되었으니.


그러면서도 내 앞가림은 하기 위해 부단히 용쓰는 사람을 여럿 사랑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나를 꾸미지 않고 보여야 한다. 자신의 좋은 것만 보여주는 사람들 앞에서 포장 하나 되지 않은 나를 앞세우는 것, 가감 없이 욕망을 드러내는 행위. 남의 비웃음에 초연하겠다는 의미이다. 나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선언이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상상을 한다. 나는 말을 뱉기 전에 머릿속으로 곱씹는 능력이 있다. 하고자 하는 문장이 완성되면 그제야 음성을 엮는다. 사람들은 조곤조곤하다고 말한다. 빈틈이 없다고도 한다. 성공이다. 그런데 간혹 상상하지 않은 반응이 도출되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한다. 이내 편두통이 온다.

그러지 말고, 내가 곱씹지 않고 문장을 뱉어버리길 바란다. 특히,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아주 큰 소리로 “이건 아닙니다.” 할 수 있기를. 주변 반응이 나의 생각과 달라도 당황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라며 능글맞게 대처하기를. 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지 않으면 좋겠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를 모두 책임지려는 시건방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불가능하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두어 번 두드리며, 상상을 종료한다.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는 인풋이 필요한 로봇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얼굴이 빨개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루틴이 있다. 나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와 드라마의 짧은 영상을 주입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개 당차다. 아주 당차다 못해 가끔 주변에 피해도 끼친다. 그런데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없으면 허전한 존재여서, 사람들은 자주 그를 찾는다. 이런 스토리를 보고 읽으면 다짐하게 된다.

‘나는 작고 귀여운 빌런이 될 거야.’


잘못하지 않기 위해 사는 삶은 꽤 불쌍하다. 내 삶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지 않다는 말과 같다. ‘아니면 말고.’는 남의 말을 듣고 처량하게 혼자 곱씹는 소리가 아니어야 한다. 남에게 당당히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쿨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분하면 분통을 터뜨리고, 즐거우면 사랑을 퍼부으며 살자는 이야기다.

내 세상에서 나 정도는 작고 귀여운 빌런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이건 내게 할당된 조그만 공간이니까, 내 것이어야 하니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오늘은 내가 당신께 조그만 피해를 끼쳤지만, 내일도 나를 찾게 될 사람들아.”

나 정도의 빌런은 있어야 세상이 당차고 재미있어질 거라는 말을 전하면서, 동시에 나를 감당해 주어 감사한 마음을 곳곳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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