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공부는 재미있어야 한다

나의 언어 공부 철학 - 첫번째

by 은하

일본어와 영어를 공부해온 나에게는 2가지 언어 공부 철학이 있다.

"언어 공부는 재미있어야한다.", "언어는 말하면서 배워야한다."

오늘은 우선 첫 번째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방 책장에 꽃혀 있던 엄마의 외국어 책들 때문이기도 했다.

마침 포켓몬을 좋아했던 어린 나는 '일본어를 공부하면 새로운 포켓몬 애니메이션을 더 빨리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장에 꽃혀 있던 책 한 권을 통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은 어린 나이에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동기였다.


그 책은 글자나 문법을 외우기보단 말하면서 글자에 익숙해지는 방식이었고, 그 방식은 초등학생에게 꽤 잘 먹히는 방법이었다. 소리를 듣고 따라 말하기만 하면 됐으니 머리 아픈 것도 없고, 재미있게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부를 계속하다보니 신기하게도 글자들이 눈에 익기 시작했다. '이 글자는 아, 이 글자는 카.' 띄엄띄엄 글자를 읽을 수 있게된 나는 신이 나서 혼자서 히라가나 표를 찾아 글자를 외워보기도 했다. 외우는 것이 지루해지면 다시 따라 말하기를 하면 되었다.


노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직 애니메이션 한 화를 다 보기엔 실력이 부족했던 나는 대신 애니메이션 노래를 공부하기로 했다. 자막을 보며 한 자 한 자 가사를 따라 적고, 발음을 적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며 나름대로 번역도 해보았다. 그렇게 다 적은 종이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는 경험은 내가 일본어에 익숙해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아주 즐겁게!


그렇게 나는 처음의 목적과 별개로 일본어 공부 자체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일본어를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일본어를 배운 나는 이번에 영어로 시선을 돌렸다. 학교 공부를 해야하니 영어를 배우긴 해야했고, 하지만 언어를 암기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었으니까.

나에게는 일본어 공부처럼 영어 공부도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어야 했다. 다행히도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중학교 1학년, 영어 선생님은 팝송의 가사 중 빈칸을 채우는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하셨고, 노래를 좋아하는 나는 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팝송으로 영어 공부를 해본 나는 중학교 내내 팝송에 빠져 살았고, 중학교에 처음 들어올 때는 be 동사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영어 시험에서 90점 이상은 받는 학생이 되어있었다.


고등학교에서도 재미있게 공부해야한다는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더 다양한 문장들을 접하고 싶어 공부법을 찾아보던 나는 쉐도잉에 대해 알게 되었다. 쉐도잉은 드라마, 영화 등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하는 공부 방법이다. 드라마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한다니! 나는 넷플릭스에서 영어 공부용으로 유명한 코미디 '프렌즈'를 보며 쉐도잉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쉐도잉 과정은 어려운 점도 많았다. 나는 속도까지도 똑같이 따라하고 싶었고, 드라마 대사 중에는 빨라서 따라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프렌즈라는 드라마에도 애착을 가지기 시작한 나는 100번을 반복하더라도 끝까지 해내고 싶었고, 결국 한 화를 달달 외워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드라마가 아니라 그냥 어떤 문장들을 반복하라고 하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공부법이 통할까? 싶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단어 공부가 싫어 결국 2등급에 그쳤지만 다른 학생들은 단어장을 붙잡고 끙끙대던 대신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또 영어 공부에 대한 반감도 없으니까.


지금까지 계속해서 언어 공부를 하고 있진 않다. 대학교에서는 또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으니까. 하지만 "언어 공부는 재미있어야한다"는 원칙이 유지되는 한, 나는 내킨다면 언제든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노래로든, 드라마로든, 혹은 다른 방식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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