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최애 가수가 사용자의 집 근처에서 라이브를 한다면?
조금 낯부끄럽지만, 나는 스스로를 '음악 팬'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새로운 음악을 디깅 하기를 좋아하고, 마음속 아주 작은 한편에는 작곡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충분히 투자하지는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아마 나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근 인디 붐에 힘입어 20대 사이에서 다시 페스티벌, 공연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젊은 층에게 페스티벌과 공연 티켓은 너무 비싼 감이 있다. 그래서 유행하는 아티스트는 꿰고 있어도, 공연은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8일 차 챌린지는 내게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시나리오 속 사용자는 나와 같은 캐주얼 팬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용자를 어떻게 하면 '한번 가볼까?' 하고 마음먹게 만들 수 있을까? 열성팬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팬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UX 라이팅 또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설득'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했다.
사용자는 음악을 가볍게 즐겨 듣는 팬이며, 가끔 라이브 콘서트에 가곤 합니다. 사용자의 스마트폰에는 뮤직 플레이어 앱이 있습니다.
<챌린지>
- 사용자가 좋아하는 밴드가 그의 동네에서 라이브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알리세요. 어떻게 하면 그가 공연에 가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요?
글자 수 : 헤드라인 30자, 본문 45자 이내 (영문 기준)
원래 이번 과제를 어제 했어야 맞는데, 건너뛴 이유를 지금 밝히려 한다. 사실 이 과제를 처음에는 프로모션 페이지를 꾸미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인지하고 나니, UX 라이팅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스 24와 같은 티켓팅 서비스에 들어간 후, 여러 레퍼런스를 살펴보니 더 그랬다.
대부분의 공연 포스터에 들어가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명만 헤드라인에 기재하거나, "OOOO IN SEOUL"을 조금씩 변형한 텍스트 이외에는 마땅히 효용적인 헤드라인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손이 닿을 여지도 없다고 보았고, 과제를 건너뛰었다.
그런데 어제 브런치를 쓰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프로모션 페이지가 아니라 푸시 메시지의 형태로 공연 정보를 알린다면, 더 효과적으로 라이팅 할 여지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작업을 시작했다.
푸시 메시지로 형태를 바꾸니 과제의 목표가 더 명확해졌다. 바로 '전환율'이었다. 공연 소식을 알리는 것은 음악 앱의 본래 사용 의도와 무관하다. 다시 말해 이번 과제는 사용 의도와 무관한 사용자의 클릭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렇다면 UX 라이팅은 공연 정보를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제안처럼 들리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나 같은 캐주얼 팬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푸시 메시지는 이전에도 작업해 본 바, 단숨에 이목을 끌지 않으면 반사적으로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들의 무관심을 뚫기 위해서는, '제안'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하고 철저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설을 몇 가지 세워보았다.
1. 모두를 위한 정보보다, 한 사람만을 위한 정보처럼 쓰기.
근본적으로 우리가 푸시 메시지를 반사적으로 치우는 이유는 무얼까? 바로 불특정 다수를 위한 정보가 뿌려지기 때문이다. 충분히 개인화되지 않는 정보는 사용자가 중요하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사용자 맥락이 없는 라이팅은 곧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텍스트로 이어진다. 그래서 사용자를 직접적으로 호명하거나, 사용자가 좋아하는 밴드란 걸 다시 확인시키는 것으로 '개인화'된 라이팅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2. '사용자가 사는 곳'에서 공연이 열림을 강조하기.
사실 이번 과제가 굉장히 미국 스럽게 느껴졌다. town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렇다. 미국에서는 유명 아티스트가 미국 전역을 도는 투어 콘서트 형태가 굉장히 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 자본은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다. 그래서 사용자를 서울에 산다고 가정하면, 맥락 없는 라이팅이 될 것 같았다. 반대로 사용자 페르소나가 다른 곳에 거주한다고 가정을 하면, 좀 더 챌린지 내용에 충실한 라이팅이 될 것 같았다.
3. 밸류를 강조하기.
사용자가 만약 마니아 수준의 팬이라면, 최애 밴드가 근처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캐주얼 팬에게는, 우리 동네에서 최애 밴드가 공연을 한다라는 '사실'만 제공한다 해서 곧바로 티켓을 예매하진 않을 테다. 이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거나, 특별한 밸류를 더 얹어서 제시해야 한다.
이 전략들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최종안을 디자인했다.
아티스트는 실리카겔로 선정했다. 특별한 이유는 사실 딱히 없다. 그냥 적당히 짧은 이름에, 인기도 많아서 골랐다. (팬이에요)
헤드라인: 실리카겔, 이번 주 토요일 제주 상륙!
본문: 철수님의 최애곡을 라이브로 만날 기회! 지금 바로 남은 좌석을 확인해 보세요
1. 헤드라인
처음에는 '실리카겔이 제주도에서 공연해요'라는 헤드라인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더 강력한 단어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도착'이라는 평범한 단어 대신 '상륙'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사실 난이도 측면에서 옳지 않은 선택일 수 있지만, 오늘은 단순히 느낌 때문에 골랐다. '상륙'은 이번 공연이 아주 특별하고 거대한 사건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라 느꼈다. 또 섬이라는 제주도의 특성에도 어울리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느낌을 바꾸는 어휘만으로도, 사용자의 전환율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2. 본문
본문의 첫 문장, "철수님의 최애곡을 라이브로 만날 기회!"는 이번 라이팅의 핵심이었다. 단순히 '실리카겔 공연 정보'가 아니라, 내가 자주 듣는 '최애곡'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제안함으로써, 사용자는 이 알림을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로 인식하게 된다. 사실 곡명까지 넣으려 했으나, 그러면 문장이 너무 지저분해지는 것 같아 삭제했다.
두 번째 줄은 "티켓 구매하기"라는 평범한 CTA 대신, "남은 티켓을 확인해 보세요"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남은 티켓'이라는 네 글자는, '내가 지금 예매하지 않으면 티켓이 매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는 사용자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번 주 토요일'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은, 이 이벤트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긴급성을 부여하여 지금 당장 사용자가 행동해야 할 이유를 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번 라이팅은 총 세 문장이다. 이 중 헤드라인과 본문 첫 문장은 빠르게 쓸 수 있었지만, 마지막 문장은 완성하기까지 꽤 오래 고민했다. 오늘도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의문을 후기에 남겨 본다.
1) 직접적으로 쓰기 vs 간접적으로 쓰기
- 앞서 말했듯 본문 마지막 줄에서, "지금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세요!"와 같은 직접적인 행동 유도 텍스트도 고려했다. 하지만 '알아보기'로 간접적으로 선회하는 전략을 택했다. 캐주얼 팬이라는 것에 매몰된 탓인지, 사용자가 부담을 느낄까 봐 더 안전한 전략을 취한 것 같다. 둘 중 어느 쪽이 전환율이 높을지는 테스트 없이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2) 좌석 vs 티켓
- ‘좌석’이냐 ‘티켓’이냐,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좌석이 더 끌렸다. ‘남은 좌석’이라는 표현이, 한정된 공간 속에서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사라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어 희소성을 더 잘 전달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티켓’을 선택했다. 이유는 보편성과 목표 지향성 때문이었다. 공연의 형태는 스탠딩일 수도 있고, 지정석이 아닐 수도 있다. 이때 ‘좌석’은 부정확한 정보가 될 수 있지만, ‘티켓’은 모든 종류의 공연에 통용되는 더 넓고 안전한 단어다.
또한, 사용자의 목표는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에 갈 권리(티켓)를 얻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최종 목표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티켓’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행동을 유도하는 데 더 효과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캐주얼 팬'이라는 페르소나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비단 음악뿐 아니라, 푸시 메시지는 '적당히 관심 있는 사람'에게 클릭을 촉구하는 목적일 때가 많다. 열성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용자는 특별한 메시지 없이도 충분한 설득이 되지만, 캐주얼 팬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 이점이 왜 당신에게 특별한지"를 개인의 데이터와 맥락을 통해 증명하고, "왜 지금 행동해야 하는지"를 심리적인 장치를 통해 설득하는 과정.
결국 좋은 UX 라이팅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차갑게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데이터를 사용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따뜻한 제안으로 바꾸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UX라이팅을 앞으로도 추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