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UX라이팅 챌린지 DAY9 - 신용카드 만료안내

렌트카 예약을 하려는데, 신용카드가 만료되었다면?

by 펜잡

사실 오늘은 별로 할 말이 없다. 라이팅에 들인 시간이 길지 않았고, 그다지 전략을 세우고 작업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라이팅을 하며 여러 번의 짧은 고민을 반복했는데, 오늘은 그런 생각들만 간단히 글로 옮겨두려한다.



업무, 학업, 취미를 가리지 않고 글을 자주 쓰는 사람은 알 것이다. 때로는 긴 글보다 단어 하나가 더 많은 의미를 담는다는 걸 말이다. 특히 사용자가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장벽을 만났을 때, 우리가 건네는 단어는 늘 세심하게 조립되어야 한다. 장벽이란 곧 사용자의 불편을 야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간결하고 정확하게 사용자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사용자가 멈칫하는 순간을 없애주는 것. 그것이 바로 UX 라이팅의 본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9일차 챌린지는 바로 그 목적과 맞닿은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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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9 시나리오


사용자가 앱을 통해 렌트카를 빌리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만료된 상황입니다.

<챌린지>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오류 메시지를 작성하세요.

글자 수 : 헤드라인 30자, 본문 45자 이내 (영문 기준)






최종안


오늘은 전략 프로세스는 제외하고 바로 작업물을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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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같은 렌트카 앱을 기반으로 작업하려 했는데, 계속 면허를 등록하래서 카카오 T로 선회했다.


(취득 후 한 번도 안 꺼내 본 면허는 집에 있는지라...)






작업 프로세스



이번에는 라이팅 기획에 그다지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다. 심지어 작업 시간도 짧았다. 오히려 썼던 무언가를 덜어내는 과정이 제일 오래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수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최초로 나만의 라이팅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바로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통해서였다.


1. 유효 기간 vs 날짜


카드의 유효 기간이 끝났음을 사용자에게 알려야 할 때, 처음 떠올린 단어는 '날짜'였다. 아무래도 쉽고 직관적인 단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날짜'는 너무 넓은 의미를 갖는다. '카드 날짜'라고 하면, 카드 발급일, 결제일 등 수많은 날짜 중 어떤 날짜를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사실 나는 '카드 날짜'라는 명명이 대부분에게 카드 뒤에 적힌 만료일로 받아들여질줄 알았다. 하지만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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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처음에 뜬 검색 결과랑 이미지가 '신용카드 결제일'을 말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과제에서 카드 날짜라고 그대로 썼다면, 그리고 그게 실제 앱 메시지였다면, 그걸 본 사용자는 필연적으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테다.


언어의 통용성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앞으로 그 의미가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는 단어를 마주하면, 꼭 검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날짜와 달리, '유효 기간'은 사용자가 실물 카드에서 확인해야 할 정보(MM/YY)를 정확하게 지칭한다. 조금 더 길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명확하게 이끈다는 점에서 '유효 기간'을 선택했다.



2. 만료 vs 지나다


'만료(滿了)'는 '기간이 다 차서 끝남'을 의미하는 한자어다. 기능적으로는 정확하지만, 단어가 주는 느낌은 차갑고 어렵다. 마치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이 카드는 이제 무효입니다"라고 딱딱하게 선언하는 듯하다. 반면, '지나다'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훨씬 더 부드럽고 중립적인 우리말이다.


"유효 기간이 지났어요"라고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카드'가 아닌 '시간'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는 "네 카드가 문제야"라는 뉘앙스를 피하고, 사용자가 상황을 더 차분하게 받아들이게 돕는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남았다. '날짜 vs 유효 기간'이라는 고민에서는 정확성을 위해 한자어('유효 기간')를 택했는데, 여기서는 부드러운 느낌을 위해 우리말('지나다')을 택해도 되는 걸까? 내 선택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다가, 나만의 첫 번째 라이팅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바로 "명사는 정확하게, 동사는 쉽게."다.


1) 명사는 정확하게: '날짜'가 아닌 '유효 기간'


- 정보를 담는 명사는, 사용자의 고민을 한 톨이라도 줄여줄 수 있도록 가장 정확해야 한다. '날짜'라는 모호한 명사 대신, 사용자가 실물 카드에서 찾아봐야 할 정보(MM/YY)를 정확하게 지칭하는 '유효 기간'이 더 나은 선택인 이유다.



2) 동사는 쉽게: '만료'가 아닌 '지났어요'


-행동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동사는, 사용자의 마음에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가장 쉬워야 한다. '만료'라는 차가운 기능어 대신,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일상적인 동사 '지났어요'를 선택한 이유다. "네 카드가 문제야"라는 느낌 대신,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생긴 상태"로 사용자가 인지하도록 돕는다.


결국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오류 메시지는 '정보 전달'과 '감정 케어'라는 두 가지 역할 모두 충실해야 한다. 이때 '정보 전달' 이라는 이성적인 역할은 명사에게 맡기고, '감정 케어'라는 감성적인 역할은 동사에게 맡길 수 있다. 이 두 속성의 낱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용자를 돕는다'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기능한다. 앞으로 이런 고민을 수도 없이 할 텐데, 이 원칙이 있다면 판단을 조금 더 정확하고 빠르게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원칙에 힘입어서(?) 다음 고민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3. 고르기 vs 선택하기 vs 변경하기


버튼 텍스트는 사용자가 누르기 직전, 마지막으로 확신을 주는 정보다.


'변경하기'는 무엇을 변경하는지(유효기간? 카드 자체?) 모호하다.


'선택하기'는 좋은 단어지만, 얼마 전 이명우님의 브런치스토리에서 Choose와 선택하기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읽은 적 있다. 번역한 듯한 느낌과 더불어서, 선택하기는 무게감이 있는 단어이기도 했다. 마치 여러 대안 중 신중하게 하나를 결정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고르기'는 훨씬 더 일상적이고 가벼운 우리말이다. 마치 진열된 상품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집는 것처럼, 사용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 지금 사용자는 결제라는 과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순간에는 무거운 '선택'보다, 가볍고 빠른 '고르기'가 사용자의 행동을 더 쉽게 유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동사를 쉽고 간결하게 쓰자는 오늘의 기준과 부합하기도 하고 말이다.







후기


오늘 내가 버린 단어들은 사실 틀린 단어들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더 익숙하고 보편적인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UX 라이팅은 보편성보다 정확성과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해야 할 때가 있다.이 작은 팝업창 하나를 완성하는 데 들였던 짧은 고민의 시간이, 사용자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아낄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day8이 콘서트 프로모션과 관련된 라이팅이라, 임의로 과제 하나를 건너뛰었다. '0000 IN SEOUL' 형식의 헤드라인 외에는 딱히 효과적인 라이팅이 떠오르지 않아서다. 하지만 브런치 글을 막상 다시 생각해보니, 스트리밍 앱에서 온 푸시 메시지 형태로 작업을 하면 라이팅을 다르게 한 여지가 있어보인다. 일단 해보고 내일 올려야겠다.


공고에 들어갈 포트폴리오도 막 작업을 시작했는데, 너무 어렵다. 피그마 강의도 마저 보고 있고··· 여튼 남은 이번 주도 바쁘게 살아보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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