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기다리는 나의 이야기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국번이오니..."
혹시나 잘못 걸었나 싶어 두 번, 세 번 다시 번호를 꾹꾹 눌러본다.
하지만 여전히 똑같이 야속한 그 멘트
그 사람의 사라졌다. 아무런 말도 없이
당황스러움, 놀라움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입술을 깨물고 꾹 참아야만 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으니까.
매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무슨 말을 먼저 건네야 할지 도통 아무 말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한 내 표정을 보더니 멋쩍게 웃으며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진짜 힘들었어. 근데 이렇게 다시 만났잖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이제 다시 잘 지내면 되지 뭐." 한다.
그것이 우리의 6년 만의 재회였다.
우린 마치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밥을 먹고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집에가는 버스를 타고 멀어져 가는 그 사람을 보며 그제야 그간의 설움과 내 안에 못다 한 말이 밀려와 하염없이 울었다.
그때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서 너무 놀라고 서운했다고, 그런데 누구에게도 그 어떤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혼자서 그 오랜 시간을 참고 또 참고 기다렸다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고. 그리고, 당신이 다시 6년 전 그날처럼 갑자기 떠나버릴까 두렵다고.
내 안에 말들은 한 번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 그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잘 지내자고 했으니까. 여전히 착하게 그 말을 잘 지키는 중이다.
지금은 좀 바쁘니까 언젠가 시간이 되면, 여력이 되면 만나러 갈게라는 그 말을 믿으며 그 사람을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는데도 한참을 오지 않을 때면, 심통이 나고 서운하다. 하지만 서운하다 말을 꺼내면 정말 다신 오지 않을까 두려워 입을 꼭 닫아본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이 생각의 흐름을 끊어내기가 퍽 어렵다.
나는 대체 왜 여러 사람이 보는 공개적인 곳에다 이런 글을 쓰고 싶었을까? 며칠 전 우연히 떠오른 "기다림" 이라는 단어에서 내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많이 기다렸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무언가 한마디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며 오래전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먹먹함에 몇 번을 쓰다 멈추고 쓰다 멈추고 겨우 이어나가는 중이다.
잘 기다리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답을 얻고 싶어서 어쩌면 이리도 두서없이 글을 써내려 간다. 예전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지난 이야기들을 주저하면서도 써내려 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정말 잘 살아야겠다 다짐해 본다. 내 두 발로 올곧게 서서, 그렇게 힘차게 걸어가다가 그 사람이 그저 반갑기만 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그렇게 살아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