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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Dec 05. 2021

그 손좀 가만히 내려 두어라

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 기록

남편과 아이가 재밌게 노는 것 같더니 금세 조용하다.

부엌에서 음식을 하다 내다보니 혹시나가 역시나

아이는 혼자 놀고, 남편은 소파에 기대앉아 휴대폰 삼매경이다.

그럴 때 여지없이 터져 나오는 나의 한마디


"쫌!"


우리는 경상도 출신 부부다. 경상네이티브만이 완벽히 이해 가능한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그 말.

 "쫌!"

대충 해석하자면 그 손 좀 가만히 내려두어라, 적당히 해라, 알아서 해라, 지켜보고 있으니 그만해라, 계속하면 큰소리로 한마디 듣게 될 것이다 등등의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내가 외출을 하고 돌아온 날이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남편은 여유 만만이다. 봄이는 잘 놀고, 나는 나대로 시간 보내고 괜찮았어. 하하

그 시간이 설마 소파에 기대 휴대폰 게임을 한건 아니겠지? 그걸 둘이 논거라고 인정을 해줘야 하는 거야?


남편은 공백의 시간이 생기면 어쩔 줄 몰라한다. 아주 잠깐 짬이 생기면 여지없이 휴대폰 액정을 톡톡 두드려 깨운 다음 뭐라도 한다. 포털 기사를 보던, 게임을 하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여지없이 부글부글 분노가 올라온다. 아이랑 좀 성의껏 놀아주면 안 되냐, 꼭 지금 그렇게 휴대폰을 해야 하나 등등 많은 말이 올라오지만, 어차피 또 잔소리가 될 것이기에 꾹 눌러 참아 본다. 그런데 나도 휴대폰으로 보는 세상이 참 재밌다. 더 솔직히 말해 아이랑 노는 시간보다 휴대폰이 더 재밌을 때도 많다. 잠시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으면 1-2시간이 훅 삭제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서 사실할 말은 없다. 다만 아이 앞에서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정도의 차이랄까.


집집마다 아이들 스마트폰 전쟁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어른인 우리도 자제가 안되는데 어린아이들이 라면 오죽할까 하는 마음이 든다. 매일 오늘은 휴대폰 조금만 해야지, 다짐하곤 시도 때도 없이 두드려 깨우니 말이다.


 늦고 후회하기 전에  요사스러운 요물과 점점 멀어지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오늘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찾는 나에게 말해본다.

"쫌!"


아이 눈을 보고 오늘하루 즐겁게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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