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호랭이 Dec 03. 2021

당신과 나의 거리두기

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 기록

괜히 그런 날이 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남편의 말 한마디에 날이서서 말다툼으로 번지는 날.


 오늘 아침밥을 먹는데 남편이 유난히 밥을 깨작이며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아침이라 입맛이 없나 보다 하면  일인데  행동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아침 차리느라 종종거린  성의를 무시한 것처럼 느껴져 서운한 마음이 올라왔다. 거기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뾰족한  밖으로 나와 버린다.


"무슨 밥을 그렇게 맛없게 먹냐. 나까지 밥맛 떨어지게"

말이 좀 심했나 싶었지만 그렇게 라도 내 기분을 표현해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았다.


듣고 있던 남편도 내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발끈해서는 서로 조금씩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이가 함께 있으니 길게 싸우진 않았지만 이미 감정이 상해버렸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순식간에 냉랭해진 분위기. 나는 화가 나면 입을 닫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편이고, 남편은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풀고 빨리 넘어가야 한다. 화가 나 퉁퉁 부은 나에게 남편은 괜히 이말 저말 걸어본다. 아무 말이나 던지다 또 2차 전쟁 발발...

아이와 함께 있고, 마음껏 감정을 다스릴 여유도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좀 나으려나. 잠시 떨어져 상황을 바라보면 금세 마음이 누그러들고 마는데, 그런데 그는 계속 집안 어딘가에 머물며 내 시야 안에 있다. 24시간 붙어 있다 보면 이런 복잡 미묘한 순간이 반드시 온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싸우는 소리가 죽도록 듣기 싫어 나는 어른이 되면 그러지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내가 내 순간 감정을 참지 못하고 이러고 있다. 어쨌든 시작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이런 찌질한 나의 민낯이 드러나느 것 같아 속이 상한다.

그럴 때 나는 잠시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잠깐이라도 잠을 자고 나면 웬만한 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풀어져있다. 그리고 쭈뼛쭈뼛 거실로 나와 아이와 놀고 있는 남편 옆으로 간다. 남편도 내 마음을 아는지 더 이상 별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언제 그랬냐는 듯 피식 싸움이 끝나버린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라 싸움의 이유가 기억이 나는 정도지, 그 이전의 일은 감정 상했던 기억만 있을 뿐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만큼 별일이 아니어서였겠지.


나와 남편과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가끔은 거리두기 방식이 조금은 필요하다. 30분의 낮잠이라도.

 

  





작가의 이전글 다음 금요일이 돌아오긴 하는 거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