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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Dec 02. 2021

다음 금요일이 돌아오긴 하는 거니?

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 기록

"봄아 오늘은 누구랑 잘 꺼야?"

"엄마!!"


매일 저녁 일과를 마감하며 남편이 아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매번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단호하게 엄마를 외치는 아들. 남편은 그런 아이의 말이 못내 서운하단다. 특히 공동육아하느라 매일 아빠랑 꼭 붙어 있는데, 평소엔 아빠랑 잘 놀면서도 항상 중요한 순간엔 늘 엄마가 먼저인 아들.


어느 날 밤 양치하기 싫다고 우는 아이에게 남편이

"그럼 양치하지 말고 아빠랑 잘까?"

아이의 대답

"양치 안 하고 엄마랑 잘 거예요 엉엉..."

아이의 절박함에 웃음이 나온다


또 다른 어느 날 밤

"봄아 아빠랑은 무슨 요일에 잘 꺼야?"

요일의 개념이 아직 없는 아이의 대답

"음... 금요일!"

"오! 봄아 오늘 금요일이야 그럼 오늘 아빠랑 자는 거다?"

"다음 금요일에 아빠랑 잘래요!"

그다음 금요일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랑 같이 누워 동글한 아이의 머리를 만져주며 생각한다.

이렇게 뭘 해도 엄마 엄마하고 부르는 이 날도 그렇게 길진 않겠지, 그때까지 더 많이 힘껏 안아줄게.


매일 거절을 당하며 상처 받은 남편이 

"내가 봄이 한테 뭘 잘못하는 걸까? 나도 한다고 하는데 너무 엄마만 찾으니까 어쩔 땐 좀 섭섭해. 나도 아들 꼭 끌어안고 좀 자보고 싶다."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위로의 말을 건네 본다.


 여보 봄이 와 난 탯줄로 연결되어 있던 사이라고. 그렇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거 알잖아. 그래도 봄이는 아빠 진짜 많이 좋아해. 그건 확실해. 당신은 진짜 좋은 아빠야.


그렇게 아들바라기의 애절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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