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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Jan 24. 2022

남편의 첫 출근

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의 기록 마무리

오늘 드디어(?) 남편이 첫 출근을 했다. 지난 3주는 온라인 교육을 받느라 재택을 했으니, 오늘이 정식 출근의 첫날이기도 하다. 타 지역의 본사로 첫 출근을 해야 해서, 이른 새벽 일어나 준비를 하고 출근을 준비하는 남편을 따라 나도 부스스하게 같이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필요한 서류와 물건은 다 챙겼는지, 지금 출발하면 늦지는 않을지 괜히 이런저런 말을 건네본다.

 나는 이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신입사원으로서의 입사와 경력사원의 입사는 그 무게감이 다를 거라 짐작해 본다. 경력사원으로서 느껴야 할 부담감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하는 일들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할 것이다. 집에서 내 눈에나 어설픈 큰아들 같은 남편이지, 밖에 나가면 자기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 믿는 일 밖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휘리릭 쓴 손편지 하나 주머니에 넣어주고, 힘껏 꽉 안아주며 "인사 크게 하고, 친구랑 사이좋게 잘 지내." 하고 실없는 농담을 건네본다.


 늘 나의 힘듦에 집중하느라, 남편이 힘들었을 시간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렇게 혼자 힘들어하던 남편이 조용히 이직을 선택하고, 3개월 쉬는 동안 찐하게 공동육아도 하며 남편을 알아온 시간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 매일을 보냈다. 그간 함께 찍은 사진을 보는데 괜히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와 둘만 남은 집이 괜히 텅 비게 느껴진다. 참 많이 의지하고, 즐겁게 보냈구나, 있는 동안 더 잘해 줄걸 하는 뒤늦은 후회도 해본다.  


오늘 집에 돌아오면 오늘 수고했다고, 밝게 맞이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아니다 싶음 때려쳐 라는 발칙한(?) 내용의 편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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