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발인날이었다.
장례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으로 가는 길에 막내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 돌아가신 소식도 들으셨을 거고 이른 아침부터 전화할 일이 별로 없을 듯한데 마음이 불안했다.
"이모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영아 너 힘든 거 아는데 이런 말 해서 미안해 근데 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모가 전화해. 엄마가 좀 아파 지금 수술한데"
마음이 쿵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몸이 좀 이상하다 싶을 때 바로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하루를 혼자 끙끙 앓다 병원을 가셨다고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응급수술을 받아줄 병원이 없어 또 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냈단다. 그날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엄마는 그 와중에도 힘들어할 내가 걱정돼서 이모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단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가볼 수도 없는 거리에 보호자 출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수술 끝나고 연락을 기다리는 수 밖엔 없었다. 성당에 도착해서 미사를 드리면서 할머니한테 무작정 빌었다
"할매 엄마 좀 봐줘. 며느리로 오래 같이는 못살았지만 그래도 나 낳아준 엄마잖아. 엄마까지는 데려가지 마. 엄마 수술 잘되게 해 줘."
할머니가 우리 곁을 영영 떠난 날 엄마의 수술까지 정신이 없어 눈물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냥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또 바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술은 잘 끝났고 회복 중이시다. 여전히 가볼 순 없고 매일 간간히 통화로 안부를 묻는다.
나는 참으로 무심한 딸이다. 나 살기 바쁘다고 먼저 전화 거는 법도 잘 없었다. 그런 내게 이제 그러지 말라고 어떤 계기를 만들어 주신 걸까? 할머니가 떠나시고 여전히 할머니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만약 엄마도 내 곁에 없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곁에 있을 땐 늘 소중함을 잘 모르다가 떠나고 나면 간절함을 느끼듯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일이 많아 다행이다. 포기하지 않고 전원 병원을 알아봐 주신 의료진들, 수술해주신 담당 교수님, 이모들, 걱정해 준 사람들 모두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매 할매 덕에 엄마는 이제 괜찮데, 할매가 잘 지켜봐 줘서 그런가 봐 고마워. 이제 우리 걱정 말고 편하게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