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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Feb 01. 2022

간절한 기도


할머니 발인날이었다.

장례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으로 가는 길에 막내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 돌아가신 소식도 들으셨을 거고 이른 아침부터 전화할 일이 별로 없을 듯한데 마음이 불안했다.

"이모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영아  힘든  아는데 이런  해서 미안해 근데  알고 있어야   같아서 이모가 전화해. 엄마가  아파 지금 수술한데"


마음이 쿵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몸이  이상하다 싶을  바로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하루를 혼자 끙끙 앓다 병원을 가셨다고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응급수술을 받아줄 병원이 없어  응급실에서 하루를 보냈단다. 그날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엄마는  와중에도 힘들어할 내가 걱정돼서 이모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단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가볼 수도 없는 거리에 보호자 출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수술 끝나고 연락을 기다리는  밖엔 없었다. 성당에 도착해서 미사를 드리면서 할머니한테 무작정 빌었다


"엄마  봐줘. 며느리로 오래 같이는 못살았지만 그래도  낳아준 엄마잖아. 엄마까지는 데려가지 . 엄마 수술 잘되게  ."


 할머니가 우리 곁을 영영 떠난  엄마의 수술까지 정신이 없어 눈물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냥 빨리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바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술은 잘 끝났고 회복 중이시다. 여전히 가볼 순 없고 매일 간간히 통화로 안부를 묻는다.


나는 참으로 무심한 딸이다. 나 살기 바쁘다고 먼저 전화 거는 법도 잘 없었다. 그런 내게 이제 그러지 말라고 어떤 계기를 만들어 주신 걸까? 할머니가 떠나시고 여전히 할머니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만약 엄마도 내 곁에 없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곁에 있을 땐 늘 소중함을 잘 모르다가 떠나고 나면 간절함을 느끼듯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일이 많아 다행이다. 포기하지 않고 전원 병원을 알아봐 주신 의료진들, 수술해주신 담당 교수님, 이모들, 걱정해 준 사람들 모두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할매 할매 덕에 엄마는 이제 괜찮데, 할매가 잘 지켜봐 줘서 그런가 봐 고마워. 이제 우리 걱정 말고 편하게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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