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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Feb 11. 2022

올림픽 응원을 조용하게 해 주십시오.

어쩌다 든 생각

 며칠 전 아이 목욕을 시키고, 재울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을 때 즈음 아파트 전체 공지 방송이 나왔다. 안방에서는 방송이 잘 들리지 않아서, 거실까지 나가서 귀를 쫑긋하고 들어 보니

"동계 올림픽 응원을 다른 세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각 세대에서 조용히 진행해주십시오."라는 공지사항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아마 동계 올림픽 응원을 핑계 삼아 층간소음의 분쟁이 일어났던 게 아닐까라고 추측을 해본다. 



억 소리 나는 집에 산다.


 집값이 정말정말 비싸다. 도무지 그 가치가 가늠도 잘 안 되는 금액을 지불하고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산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집에서 늘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편히 쉬고 생활해야 할 내 공간이 늘 조심하고 긴장하며 살고 있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층간소음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괜히 더 죄인이 된다. 한참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가, 겨울에 코로나로 대부분 집안에 머물다 보니, 뛰기도 하고 장난감을 떨어뜨려 소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항상 아이에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고, 걸어 다니라고 말하고, 온 집안에 빼곡함 없이 매트를 깔고 생활해 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마조마하다. 아이가 울거나 떼를 써서 유난히 쿵쾅 뛰기라도 하는 날엔 아이를 달래면서 인터폰 박스에 눈길이 계속 간다. 빨리 상황이 종료되길 바라며 아이에게 야단 아닌 야단을 치면 나도 마음이 좋지가 않다. 그렇지만 혹시나 조용히 해달라는 인터폰이 올까 봐 그 상황을 서둘러 마무리할 때도 많다. 아파트 커뮤니티에 "000동 00라인 제발 조용해 주세요" 등의 익명의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혹시 우리 집이 그 대상이 아닐까 괜히 한번 더 살펴보게 된다. 


 며칠 전 있었던 올림픽 응원 자제 방송도 그렇다. 단순히 생각하면 누군가 올림픽을 핑계를 삼아 시끄럽게 했구나 생각이 들다가도, 경기시간이 아주 많이 늦은 시간도 아닌 듯한데 집에서 하는 응원소리가 들리면 얼마나 크게 들렸기에 이렇게 까지 말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기사로 접한 어느 아파트에서는 밤 10시 이후에는 물소리 때문에 샤워도 자제해 달라고 한다는데, 이 정도면 내 공간에 살지만 하지 말아야 할 제약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피곤함이 몰려온다. 공동주택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잘 되지 않더라도 피해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사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은 보면 그저 피해 가니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식의 하지 말라는 내용만 가득한것 같다.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집을 돌아보고 여러 조건이 맞아 그 집을 최종 선택하는데, 층간소음에 대해 충분히 알아볼 수는 없는 것 같다. 분양을 받는다고 한 들 모델하우스에 집만 보고, 이 집이 층간소음에 취약할지 아닐 지를 누가 어떻게 알겠는가? 

 대체 나날이 심각해져만 가는 이 상황에 대해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층간소음에 대해 부실하게 공사하는 시공사? 제대로 감리를 하지 않는 정부? 아니면 층간소음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집주인? 


그저 오늘 하루 무사히 살기만으로도 팍팍하고 힘든 요즘이다. 내 공간에서만큼은 너무 많은 제약 없이 부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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