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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Feb 15. 2022

오늘은 너의 기저귀 사는 날

언제나 반가운 택배. 오늘은 봄이의 기저귀가 배송되는 날이다. 아이의 기저귀를 정리하다 문득 든 생각


"언제까지 기저귀 입은 통통한 엉덩이 핏을 보게 될까?"


봄이는 36개월. 빠른 아이들은 이전에, 늦어도 이맘때 즈음이면 기저귀를 떼고, 변기에 배변을 하는 배변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주변에서도 봄이 와 개월이 비슷한 아이들이 기저귀를 떼고 변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그리고 이제 기저귀 떼야지?라는 우려 섞인 주변 어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아이도 슬슬 기저귀를 떼야하는가 싶어 조바심이 났다가, 배변 훈련은 아이의 의사가 충분히 준비되었을 때 해야 한다고 하니 아이의 에게 맞는 때를 기다려 봐야 하나 싶다. 사실 봄이는 말도 신체 발달도 또래에 비해 빠른 편에 속한 아이 었고, 그래서 으레 기저귀도 일찍 떼려 할 줄 알았다. 두 돌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변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길래, 벌써 때가 온건가 싶었던 초보 엄마는 각종 변기며, 알록달록 캐릭터 팬티까지 미리 구매를 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변기를 장난감 삼아 열심히 가지고만 놀뿐 거기다 배변활동을 해 볼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가끔 아이에게 한번 해볼래? 하고 물어보면 "안 할래 ~"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아주 잠시나마 의지를 보인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소변을 거의 가리는 듯싶더니, 또다시 하기 싫다고 하길래 하겠거니 하고 그냥 두었다. 내 눈엔 여전히 아기지만, 키가 크면서 3등신의 통통한 아기아기 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5등신이 다돼가는 어린이 같은 뒷모습을 볼 때, 좀 천천히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물씬 몰려온다. 그런데 이 통통한 엉덩이 핏마저 사라지면,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엄마의 욕심도 한 몫한다. 


 처음 걸음마를 할 때에도, 어지간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봄이는 여전히 어딘가를 잡고 걷더니 거의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때가 되서야 비로소 손을 떼고 걷는 아이였다. 그렇게 천천히 기저귀와의 이별도 연습을 하고 있는 거라 믿는다. 여전히 기저귀를 더 좋아하는 아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때가 되면 하겠거니 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좀 더 여유롭게 통통한 엉덩이 핏 보는 것을 하나의 즐거움으로 남기기로 했다.


 

© corrynewooten,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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