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오늘 운수가 좋더라니만.
아주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내가 주방에만 서면 쪼르르 달려와 놀자고 하는 아이가,
엄마가 뭘 하건 말건 혼자 책을 보고, 장난감 하고도 놀다가
밥 먹자고 하면 두말없이 쪼르르 달려와 한 그릇 뚝딱 비워내는 날.
무슨 일이든 척척 잘 도와주는 날.
육아의 순한 맛을 보여주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일 수록 입조심을 해야 한다.
"오늘 우리 아들 너무 순한데?" 이 말을 내뱉는 순간.
엄마 아빠가 방심한 거란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기어코 매운맛을 한 번은 보여주고야 마는 녀석
아이가 잠이 든 밤
멘털이 바닥까지 탈탈 털리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그 말을 먼저 꺼낸 사람은 여지없이 혼이 난다.
"그러게 입조심하랬지."
어쩐지 오늘 운수가 좋더라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