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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Sep 17. 2022

엄마표 영어 대체 그게 뭔데?

영어를 향한 미움과 사랑 그 어딘가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며 영어 공부에 대한 마음을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엄마표 영어"


하루 삼시 세 끼 밥 먹이고, 아이랑 놀아주고, 틈틈이 집안일하고

엄마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고 바쁜데 엄마가 무슨 슈퍼우먼도 아니고

아이 영어교육까지 담당해야 한단 말인가?


 빠른 사람은 태교로 영어를 했다는데 늦어도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데 이제 겨우 엄마 아빠 하며 종알종알 말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에

조리원 동기 누구는 무슨 유명 전집을 들였다고 하고,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 누구네는 영어 방문수업을 시작했다고 하고

또 어떤 엄마는 유려한 영어 실력으로 직접 아이에게 영어 노출하며 영어를 가르친다고 하고

내 불안에 기름을 붓는 소식을 들을 때면 밤마다 갖은 영어교육 관련 정보, 후기들을 읽어보곤 했다.


아이를 처음에 아이를 가졌을 때

우리 아이는 미리 조기교육 하지 말고, 아이답게 재밌게 많이 놀게 하고 공부는 최대한 천천히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어느덧 그 처음 마음은 새까맣게 잊은 지 오래였다.


 특히나 남편은 어린 시절에 다양한 사교육을 받지 못한 게 한이라며 가능한 선에서 뭐든 해주고 싶어 하는 편이라, 어쩌다 비싼 전집이나 각종 수업들에 대해 남편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그게 얼마인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신청하라고 등을 떠밀었다. 다행히도(?) 남편이 그것들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신청하지는 않아서, 내가 고민하다 포기하는 일에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영어울렁증도 심한데 엄마표 영어라니, 지금에서야 엄마가 영어 선생님이 되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라는 의미가 아님을 이해했지만, 처음에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부담감과 함께 짜증이 확 솟구쳤다.


 영어가 이렇게  발목을  잡다니.  안에 잠자고 있던 온갖 열등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도 부유한 집에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외국생활도 하고, 어학연수도 가고 그랬으면 이런 고민  하겠지. 그때 내가 도움이 필요할  누가 조금만 도와줬어도 이렇게 영어랑 등을 지지는 않겠지 라는 마음  핑계  핑계를 대며 또다시  자존감을 더욱 갉아먹고 있었다.


영 불편한 그 엄마표 영어라는 그 단어를 마음에 지고 살던 어느 날


"에잇 모르겠다. 다시 해보지 뭐. 엄마표 영어 말고 일단 내 영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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