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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27. 2020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나는

 '어떤 글은 누군가를 살리고, 어떤 글은 누군가를 죽인다. 글의 힘은 참 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이것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던 때, 달리 말해 한 편의 글다운 글조차도 써내지 못했던 시절부터 스스로 천착했던 물음이다.

 그리고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무릇 작가는 어때야 한다'는 식의 작가론이 담긴 책이나, 작가들의 인터뷰 따위를 볼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언젠가는 누구처럼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날카로운 글을 쓰고 싶었고, 또 언제는 '어떤' 작가처럼 문체에서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으며, 또 언제인가는 어느 작가처럼 판단과 편견 없이 이 세계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화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를 겪을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 춤을 추듯 부유하는 '내 글'의 방향성에 대한 갈피는,

결국 '내 글'에 또렷한 방향성이 부재함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글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물론 쓰는 동안 계속될 테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의 목적과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반대로 내가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했다. 그것이 내 고민을 얼마간 끝맺어 줄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어떤 막연한 기대와 함께. 그리고 그 생각은 유효했다.
 
 평범함이라는 안락한 경계의 바깥에 놓인 이들을 살핀 후 그들에게 바투 다가가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글.

더러는 함께 울고 때로는 함께 소리치는 글.
내가 좋아하는 글은 대체로 그랬다.
그리고는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잘 맞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내가, 쓰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뿌듯함과 기쁨으로 충만해질 테니까.

그리하여 아주 버거운 시간 속에 놓인 이들을, 덜 떨어진 나의 글로나마 덜 떨게 할 수 있는 글.
그들이 겪는 비극을 상상하고, 체현하고 가슴속에서 내내 곰삭힌 후 이내 온몸으로 밀어 올리는 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그런 글을 쓰기로 했다.
이것이 스스로의 오랜 물음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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