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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27. 2020

삶이 담긴 문장을 위하여

 삶을 살아내며 온몸으로 밀어 올린 문장들을 사랑한다.
이를테면 ''나도 너처럼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별거 아니더라, 어깨 펴'' 등.
힘든 시절을 이미 겪어낸 사람만이 타인을 위해 건넬 수 있는 따뜻하고 품이 넓은 문장들.

 언제부터인지 누군가와 말을 섞거나, 누군가의 책을 읽을 때면 그 사람의 말과 글에 얼마나 많은 '그런 투'의 문장이 섞여 있는지 집중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문장들은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굴곡을 겪고 그 안에서 성장했는지, 그리하여 타인을 품어낼 따뜻함을 얼마나 갖추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벽' 덕인지 내 주위엔 자기만의 문장을 가진 이들과, 책들이 많은 편이다.

 '그 많은 우회로와 무너뜨린 과거들과 막다른 길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우연히 읽은 류시화의 책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의 한 구절은 이런 나의 생각을 부추긴다.

 돌이켜보니 나도 그이들처럼, 참 많이도 벅찬 시간을 지나왔는데(어떤 이들은 나의 지나온 시간이 별것 아니었다고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덕에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내 삶만의 따뜻한 문장을 가졌을까 궁금해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아주 가끔씩 건네주는 '위로가 되어주어 고맙다'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나만의 지난한 굴곡을 겪으며, 나의 몸으로 아주 틀린 문장을 밀어 올리진 않았노라 위안이 된다.

 '남들과 다른 박자와 어긋난 리듬이 그 노래를 독특한 곡으로 만든다'라는 책 속 한 구절처럼, 아주 굽은 곡조는 더 처연하다. 그래서 더 따뜻하게 다른 사람을 품고, 더 쉽게 그들을 감동시킨다.
지난날의 굴곡은 그 시절을 겪어낸 당신에게(그리고 나에게) 그 곡조를 선사한 나름 소중한 시간이었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밀어 올릴 삶의 문장들이 더 따뜻하고 더 품이 넓고, 더 굽은 곡조를 가지고 있길 바라며 살겠다.
나의 앞길에 또다시 올 진창들을 피하지 않겠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모든 것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물론 한 편 미소를 머금고.
그때의 나처럼, 그리고 그때의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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