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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Dec 31. 2020

새해

감정의 시소 위에 앉은 당신에게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 올 한 해를 맞이한다.
이 일은 밤이 아주 길어지고 바깥의 스산한 공기가 내 피부에 닭살을 돋울 때쯤이면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매번 새롭고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감정의 양가성이라는 시소 위에 앉는다.
많은 것을 이루고 바꾸었다는 성취감과,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며 한 해만큼의 주름을 얻었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상실감.
얼마간의 만족, 그리고 그것과 함께 도열하는 어느 정도의 후회.

새로 얻은 이들로 인해 느끼는 충만감과 우리 곁을 떠난 이들로 인해 부상하는 아쉬움과 회한.
사람마다 치우침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순되고 상충하는 감정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나 역시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 한 해 동안 어김없이 곁을 지켜준 소중한 사람들과, 새로이 얻은 따뜻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얼마간 행복으로 충만하다가도, 반면 조금은 쓸쓸해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 해는 또다시 우리 곁을  빠른 속도로 스쳐갈 것이고 우리는 변함없이 그 한 해를 살아내야 할 것이니,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라고 믿을 수밖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한 해 동안 지나간 모든 순간을 주마등처럼 훑다가도 이내 추억이라는 앨범 한 편에 고이 접어 넣는 일 같다.
새로 올 해엔 어떤 복잡한 일을 겪고 그로 인해 어떤 다양한 감정의 시소 위에 앉게 될지 궁금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시소가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치우치길 바라는 것뿐이다.
서로에게 건네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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