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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Jan 08. 2021

오만한 제언

'작은 아씨들'을 보고

 한 줄 시를 읽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하루에 생활인의 노곤함과 성실을 담아내지도 못하며, 시대에 서린 슬픔의 단층에선 멀찍이 떨어져서 쇼핑과 분칠로 켜켜이 하루를 쌓아가는 이들이 있다.

 차림새, 외모...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히 사라져 갈 것들이 
자신의 전부인 양 생각하며 온갖 겉치레와 허영으로 자기 자신을 포장하려는 이들.
타인의 아픔과 시대정신은 무용한 것으로 규정하며 남을 위한 봉사나 대의는 따분한 이들.

 여러 삶의 굴곡과 모순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렇게 노력해야 하는데. 아무리 이 생각을 되뇌어봐도 나는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물론 나와는 다르다고 그들 개개인의 삶의 방식을 폄하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쯤은 안다.
누구나 열사나 의사, 성인과 성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렇게 고결하게만은 살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들에게 감히 오만한 제언을 한다. 겉모습을 꾸미며 만족할 시간을 조금 떼어내어 
한 줄 시를 읽어보라고. 도시 한복판 시장 상인들의 겨를 없는 하루를 바라보라고. 자신의 삶이 모질고 녹록지 못해도 남을 위해 희망을 나누는 이들의 그 따뜻한 눈길을 지켜보라고. 시대의 비천에 슬픔과 의분심을 느껴보라고.
나도 노력할 테니 함께 노력하자고.

우리가 아는 멋진 사람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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