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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Jul 16. 2021

고등어 단상

 엄마는 자반을 구우셨다.

고루 달궈진 프라이팬은 치이익 소리와 함께 금세 고소한 살코기의 냄새를 풍겼다.
요사이 생활의 흔적에 찌들어 도무지 엄마를 볼 틈도 없던 나는 아주 오랜만에 엄마 밥을 먹었다.
고소한 기름과 짭쪼름한 간이 잘 밴 고등어를 나는 계속해서 씹었다.

 찝찔한 고등어를 씹다가 목이 멜 때쯤 자연스레 든 막걸리 한 잔. 이 험한 세상마저 꿀꺽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시원했다. 내 입 안에서 엄마 밥과 막걸리는 서로 오래된 친구인양 잘 어울렸다. 그 훈내 나는 조화로 내 지친 속을 든든히 채워주었다.

 고등어를 씹는 내게 엄마는 말씀하셨다.
"동네 도둑고양이가 냄새 맡고 왔나 보네, 젓가락으로 한 덩이 이리 줘보렴"
아무래도 비릿하고 고소한 고등어 냄새를 맡은 지척에 사는 고양이가 혹여 먹을 거라도 있나 해서 왔나 보다.

 나는 엄마의 내민 손에 제일 도톰한 고등어 한 덩이를 올렸다. 얌체 같은 고양이는 얼마 후 고등어 덩이를 채갔다. 그리고는 마치 우리가 금방이라도 그것을 빼앗아가는 야박한 사람들인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리 더 멀리 달아났다.


 "이 근방에서 먹을 줄 알았는데 고등어를 가지고 가버렸네"
서운함이 어린 엄마의 말씀에,
"숨어있는 새끼 주려나 보지"
식사를 다 하시고도 부러 내 앞을 지키시던 아버지는 덤덤히 대꾸하셨고
"정말 그런가 보네"
엄마는 뒤이어 자연스레 답하셨다.
고등어를 씹던 나는 문득 이 대화 속 자연스러운 굴곡이 서러웠다.

멀리 떠난 고양이에게서 보이지도 않는 새끼를 떠올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는 이상하게 슬펐다.

  곱씹어 생각해보니, 그 굴곡이 내가 그들의 품 안에서 자라온 세월 탓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게 된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애써  흘깃 바라본 부모님의 표정은 그날따라 평소보다 훨씬 깊은 주름 속에 있는 듯했다.
엄마 밥을 먹으며 나는 서러웠다.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구슬펐다.
그날 찝찔한 고등어를 씹던 나의 눈가는 굉장히 찝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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