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전반전, 이문동

경희대 졸업생의 한국외대 예찬론

by 저니맨

경희대 서울캠퍼스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는 굉장히 가깝다. 비단 '중경외시'로 일컬어지는 대학입시 성적표상의 거리뿐만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다. 경희대 후문과 외대 후문이 200미터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니 실질적으로 같은 생활권이라고 보면 된다.


경희대는 회기동에 위치해있는 반면, 외대는 이문동에 위치해있는데 나는 대학시절부터 항상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문동에 가까웠다. 경희대생이었던 나는 시끄럽고 술집이 많은 회기보다는 조용하고 미니멀한 이문동 외대앞이 좋았다. 자취를 하던 곳도 외대 정문 근처였는데, 경희대 언덕 높이 자리한 단과대에서 수업을 마치고 외대 정문 근처의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항상 내가 외대생이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외대 캠퍼스는 평지로 이뤄져있어 이동도 편리하며 무엇보다 학생식당이 가성비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한 뒤, 여러 곳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시 이문동으로 돌아왔다. 모교의 대학교직원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문동의 고요함과 소박함이 좋다. 비록 새로운 건물들이 증축되긴 했지만 아직도 외대 캠퍼스는 평지고, 학생식당은 아직도 비교적 저렴하다.


대학시절, 나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회기와 경희대 앞은 나를 아는 사람 혹은 내가 아는 사람이 너무 많게 느껴졌었나보다. 사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지만 내 정신세계는 나라는 중심축을 딛고 회전하니까. 그래서 '외대'라는 공간이 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이 좋았던 듯 싶다. 안식처 쯤 되겠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학창시절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심리적 '외대'가 필요했다. 세아상역 재직시절에는 대명중학교 운동장 평행봉이 나의 심리적 '외대'였고, 모교교직원으로 일하는 시기에는 경희대 중앙도서관 옆 평행봉이 그랬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운영하는 티스토리와 브런치가 나의 심리적 외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야. 나의 심리적 외대와 물리적 평행봉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라.


이문동에 가면

오늘도 20대의 나를 마주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잡지를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