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리뷰

<시(2010)> -이창동

by 김지환

영화를 보면서 감정적으로 꽤나 힘들게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다. 보면서 영화가 미자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도 들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그게 이 영화의 태도와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느낀 인상은 최근에 봤던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었다. 노년기 여성이 주인공이고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비슷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여름>이 노년기 여성의 욕망의 해방을 그린 반면, 이 영화는 정형화된 미에서의 해방을 그렸다고 생각된다.


예술은 언제나 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 반대 방향을 추구하는 작품들도 이전부터 쭉 존재해왔다. 영화에서는 하모니 코린의 작품들이 있을 것이고, 그 외의 분야에서는 (비록 협소한 지식이지만 굳이 말하자면) 캡틴 비프하트의 <Trout Mask Replica>, 마르셀 뒤샹의 <샘>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이 작품들은 각각 통상적인 미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요소들로 나름대로의 미를 찾아내었다.


이 영화에서 시인에 해당하는 미자는 아름다움에서 시상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미자는 그런 미에서 끝끝내 시상을 찾지 못 하였다.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나무를 아무리 쳐다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결국 알아내지 못 하였다. 그러다가 손자의 성폭행 사건을 직접 받아드리자 그녀는 결국 시를 써내고 만다.


다만 영화에서 미자가 시상을 찾는 장면과 함께 미자의 고단한 삶을 함께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그런 장면이 나올 때 마다 가만히 보고 있기 힘들었다. 어떤 장면들에서는 이 영화가 윤리적인 면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아름답지 않음을 받아드리는 것을 담아내는 영화라고 한다면, 우리도 이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드려야 하지 않을까?


영화를 보다보면 또 다른 의문점이 들기 마련인데 사실 영화에는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꽤나 있다. 오프닝과 엔딩에서의 장면, 나무와 풀 등 자연이 어우러지는 장면 등등 이런 장면들의 존재가 영화의 주제와 상충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장면에서 대부분 아름답지 않은 실체 혹은 상황이 드러난다. 난 이 장면들을 통해 미 속에서도 아름답지 않음이 있다는, 어쩌면 등장인물의 말 처럼 시상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엔딩신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이 장면에서는 아름답지 않은 것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들의 몽타주와 미자 (그리고 여학생)의 시 낭독으로 이루어진 장면은 꽤나 아름답고, 강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관점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결국 아름답지 않은 것들 속에서 미를 찾아낸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는 오프닝과 다르게 미소를 띈 여학생의 모습과 여학생의 시체가 없는 강의 모습을 담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아름다움 속에서 비극을 묘사하곤 엔딩신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뻔뻔해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그것이 문학, 더 나아가서 예술의 목적이 아닐까? 어떤 대상이든 그것을 진정으로 본다면 그것은 그대로 아름다워진다.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 영화는 이런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도 이것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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