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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May 04. 2021

[암밍아웃] 시련 그리고 시련

4월 30일.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느낀 날이다.

남편과 씨티검사 및 추가 세침검사 소견을 들으러 병원을 찾았다.

반절제 정도의 수술은 이제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대기실에 있는 환자들, 각 병동마다 줄 지은 사람들을 보며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나만 아픈건 아닌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위로되는 마음이 있다 (너무 이기적인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나름 밝게 진료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 밖은 나오는 발걸음은 너무도 무거웠다.

나는 측경부 전이로 인해 전절제+측경부청소+동위원소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게 된 것인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진료실에서는 폐전이 뼈전이 등의 여부 등을 고려해 동위원소 후 전신 스캔이 필요하다고 했다.


갑상선 암선고보다 이 순간이 더 힘들었다.

남편과 함께 가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우울함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내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나를 위로해주었고,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평소와 같이 행동해주었다. 

물론 본인 스스로도 엄청 놀랐지만, 내게 일말의 감정 흔들림도 보여주지 않는 그에게 너무도 고마웠다. 

(내 남편 쵝오!)


결과를 듣고 내 스스로 합리적인 위로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반절제하면 어차피 나중에 재발할 수 있으니 전절제 해도 괜찮지.."

"동위원소 걱정이긴 한데, 끝나면 암세포 다 죽일 수 있을거야 괜찮아..."

"폐전이 뼈전이 없을거야"


 등등 나는  스스로 내가할 수 있는 위로는 다 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위로하는 가운데서도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들어찬 우울함과 불안감에서 헤어나올 수는 없었다.


그날 바로 중증등록이 됐고, 60만원 정도의 병원비가 환불되고 병원비의 10%정도만 지불하면 됐다. 내 이름 옆 '중증'이란 말이 너무도 낯설고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라 울컥했지만, 통장 잔고 걱정안해도될만큼의 잘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남편과 함께 칭찬했다. 


 그 날 저녁 야간 작업이 있어다. 일년에 두어번 있는 날이 그날이었다. 회사에 가지 않는다고 말할까 고민했지만, 몰입을 통해 두려움과 잡념을 없애는 것이 좋을거 같아 그날 작업을 진행했다. 다음날 몇시간 자고 또 일을 했고 나는 넉 다운 됐다. 실제 체력의 문제도 있지만, 정신이 내 육체까지 갉아먹는 기분이라 그냥 계속 집중이 안돼 나중에는 좀비가 되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수술은 6월 2일, 나는 절개부위가 12센티 이상된다고 해서  겨드랑이를 이용한 로봇수술을 예약했다.

하지만 주말동안 고민하다 나는 결국 고전적 방식의 절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전이가 있는 사람은 절개가 더 안전하고 회복이 빠르며 정확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목부분의 흉터가 걱정되긴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수술 후 상처보다는 암세포를 하나라도 제대로 발견해서 없애버리는게 더 시급했다.


그리고 수술도 일주일 앞당겨 5월 26일날 하기로 했다. 회사 팀장님에게도 이야기를 했고, 업무와 관련된 몇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해두었다. 이제 주저할 시간이 없다. 빨리 이야기 하고 빨리 단도리하고 나는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남편 생일, 아들 생일 5월은 챙겨야 할게 너무 많다. 그래도 다행인게, 이 모든 걸 다 챙기고 수술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이 든다. 심호흡을 하고 명상음악을 틀어도 이 쪼임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게 공황장애인가 싶을만큼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그럴때면 아들내미의 어린시절 영상을 보거나,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차분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글을 쓰기도 한다. 


이제 22일 남았다. 나는 무엇보다 잘 견뎌서 다시는 아프지 않고 싶다.

오늘 아침 잠든 아들의 손을 잡으며 꿋꿋하게 버텨 이 아이 옆에서 지금처럼 잘 챙겨주고 놀아주고 싶다는 열망이 더커졌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갑상선암 괜찮아 다 회복하고 잘 살아라는 말을 해준다. 그들의 말처럼 나는 잘 살고 회복 잘하고 싶다. 지금부터 체력키우고 열심히 준비해서 보란듯이 잘 해낼 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는 않는다. 아직도 마음 한편으로는 막상 수술해서 들여다보니 별거 아니였네요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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