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나를 보게 되는 순간.
스물이어도 서른이어도
어른들이 쳐주신 차양아래에서는
늘 어린아이의마음이었다.
내게 추억을 만들어주신 분들이
이제 내 추억이 되었고
나는 채 준비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됐다.
서럽고 그립다.
슬픔을 감출줄도 알아야 한다고
이별에도 담담할줄 알아야 한다고
애쓰고 담금질하던 마음의 빗장을 푼다.
그래도 된다고
언제까지고 그리워하다 추억하다 가라고
나를 다독이는 뜨거운 여름 나는
잠적중이다 .
- 잠적. 한지민편. 엔딩나래이션.
아이가 유치원 졸업식을 앞두고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눈물이 나면 어쩌지.. 하고는 배웠던 졸업가를 부른다.
”아침마다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던
사랑하는 유치원을 떠나가게 되었네
우리우리 선생님 안녕히계세요
어깨동무 내 동무 잘있거라 또 보자“
노래가 참 슬프고 가사도 눈물난다. 마음이 찡.. 해져서 나는 이렇게 일러주었다. 아이는 알아듣는지 마는지…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에는 무뎌지게 될수도 있지. 언제든 다시 만날수 있다 생각하고 담담하고 기쁘게 서로 행복하길 빌어주면 돼.”
나는 아무렇지 않은척 이야기했지만
말하는 나조차 정작 이별에는 담담하지 못한것이 사실인데, 그렇게 어른인척 슬퍼도 안슬픈척 살아온 수많은 순간들이 잠시 떠올랐다.
하교 이후 돌아오니 시골로 보내진 내 강쥐.
친언니 같았던 과외언니의 병과 죽음.
찐하게 친했던 친구의 결혼과 이민.
마음 의지했던 회사선배의 퇴사.
믿었던 후배의 잠적.
교류많던 이웃의 먼거리 이사.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이와의 예견된 헤어짐.
그리고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때의 우리.
살면서 겪었던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자면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울지 않았다.
한때는 내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괜찮다 자만하며
그 순간을 인정하지 않으려 발버둥치듯 무언가 몰두해가며 정신없이 보낸 나날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나 그때 괜찮았았어.
라고 생각들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도 물론 잘알고있다.
겪어왔던 이별의 결 과 종류는 매우 다양했지만
가슴속으로 떠밀려오는 공허함과 헛헛함의 크기는 늘 비슷했던 것 같다.
무엇을 해도 재미없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그 누구의 어떤 말로도 위로가 채워지지 않는.
오롯이 그 시간을 혼자 감당해야만 한다.
결국 나 스스로 받아들이고 인정한 후에
그 시간을 꿋꿋하게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난 뒤,
어떠한 순간에도 별 생각없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 나 이제 괜찮은가 보다, 싶은 날이 올것이다.
비단, 살면서 문득 한번씩 떠오를지 몰라도.
우리는
언제고 예고없이 찾아올 수많은 이별의 모습들을
예행연습 하듯 매일을 살고 있는것 같다.
더 담담하게 이별할 수 있기 위해서.
조금 더 의연해진 나를 만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