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제 마음속에 선명한 수채화로 남아 있습니다.
유난히 바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잠시 숨을 돌리려 들렀던 맥드라이브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차를 대고 제 순서를 기다리는데, 백미러로 익숙한 붉은 로고와 경광등이 보였습니다.
제 바로 뒤에 119 구급차 한 대가 들어온 것이었죠.
늘 긴박하게 도로 위를 질주하며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던 그 차가, 그날은 잠시 숨을 고르려는 듯 제 뒤에 조용히 멈춰 서 있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분들은 오늘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간절함을 싣고 달렸을까. 이 짧은 커피 주문 시간조차 언제 울릴지 모르는 출동 명령에 마음 졸이며 서 있는 건 아닐까.'
제 차례가 되어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결제 창구로 차를 옮겼습니다. 카드를 내밀며 저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조용하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저기, 제 뒤차 주문한 것도 같이 계산해 주세요."
당황한 아르바이트생은 "네?"라며 되물었습니다. 누군가의 메뉴를 대신 결제해 준다는 제안이 낯설었겠지요.
저는 웃으며 다시 한번 말했습니다. "뒤차 구급차 대원분들 주문하신 거, 그것도 제가 같이 결제할게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직원은 웃으며 결제를 마쳤습니다.
커피를 받으러 앞으로 차를 이동시키고 기다리며 미러를 보았습니다. 주문 창구에서 자신들의 음료가 이미 결제되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는지, 구급대원분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계시더군요. 그분들은 저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목례를 건네주셨습니다.
그 찰나의 눈 맞춤, 그리고 그분들의 '웃음'.
그것은 단순히 공짜 음료와 햄버거에 대한 고마움이라기보다, 누군가 자신들의 노고를 알아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뿌듯한 기쁨처럼 느껴졌습니다. 차 안을 가득 채운 커피 향보다 더 진한 온기가 제 가슴속으로 훅 끼쳐 들어왔던 순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주변 친구들에게 전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무릎을 탁 치며 말했습니다. "와, 정말 멋진 생각이다! 나도 다음에 꼭 그렇게 해보고 싶어."라고요. 사실 대단한 결심이나 큰돈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우리 곁을 지켜주는 이들에 대한 작은 예의이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행동으로 옮긴 것뿐이었죠.
그 후로 몇 년이 흘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근사한 기회는 딱 한 번 더 찾아왔을 뿐입니다. 생각보다 우리 삶에서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감사를 전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그날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바래지 않고 더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우리는 때로 잊고 삽니다.
내가 평온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땀 흘리며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을요. "이 정도는 우리 감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확신을 담아 답하고 싶습니다.
"그럼요, 당연하고 말고요. 오히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이 세상을 숨 쉬게 하는 것 아닐까요?"
오늘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수많은 구급차와 소방차들. 그 안에 타고 있을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자 딸,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그분들에게 마음속으로 커피 한 잔의 온기를 보냅니다. 언젠가 다시 제 뒷자리에 그분들이 서게 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또 한 번 카드를 내밀 생각입니다.
그것은 제가 세상에 낼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기분 좋은 '통행료'이기 때문입니다.
어때요?
이 정도는 우리, 감사하며 살 수 있는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