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꽃 피다

50 에 피는 꽃도 예쁘다.

by 스르륵 달팽이 똥

이제서야 나는 안다.

타인의 뜰에 핀 꽃들이

얼마나 눈부신 빛깔로 일렁이는지.

그들이 머문 자리에 남은 향기가

얼마나 그윽하며,

햇살을 머금은 잎들이

얼마나 싱그럽게 반짝이는지.

나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남의 계절을 부러워하며 서 있었다.

​하지만 보아라.

세상의 소란이 잦아든 내 마음 깊은 곳,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아직 피지 않은 나의 씨앗 하나를.

​이 작은 껍질 안에는

네가 가진 것보다 더 시린 빛깔과

세상에 없던 오롯한 나의 향기와

비바람 견디며 벼려낸 단단한 잎들이

숨죽여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어쩌면 열매까지도 이미 그 안에

나만의 이름으로 새겨져 있음을 확신하기에,

나는 이제 무성한 타인의 숲을 떠나

나라는 작고 귀한 대지로 돌아가려 한다.

​나는 이제 나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늦었다고 말하는 노을 앞에서

나라는 꽃을

비로소, 정성껏 피워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