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인 아말피 해변으로
드디어, 내가 이탈리아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였던 아말피 해변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출발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 지중해에 대한 나의 오랜 로망이 바로 이곳에서 실현될 예정이었으니까.
먼저 도착한 곳은 포지타노 근처의 전망대였다. 멀리서 바라보는 포지타노는 마치 그림엽서 속 한 장면 같았다. 가파른 언덕 위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알록달록한 집들과, 그 아래 펼쳐진 짙푸른 바다. 그런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했다.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날씨였다. 잔뜩 흐린 하늘은 풍경의 색감을 조금 덜어냈지만, 그럼에도 내 감동을 가릴 순 없었다. 분명히 맑은 날이었다면 더 선명한 사진이 남았겠지만, 나는 그보다도 이 풍경을 눈으로 직접 봤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내가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지."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포지타노를 잠시 지나 우리는 아말피 해변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길은 꽤 험난했다. 바위절벽을 깎아 만든 좁고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하지만 설렘은 두려움을 덮고도 남았다. 그렇게 도착한 아말피는 내게 하나의 환상이었다. 해변 마을 특유의 바다 냄새가 짙게 풍겼고, 그 위로 갈매기들이 유유히 날고 있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나는 해변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원래 술도, 커피도 잘 마시지 않지만 그날만큼은 ‘낭만’을 위해 예외를 두기로 했다. 레몬 보드카 한 잔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 모금, 두 모금... 내 ‘알쓰’ 체질에는 조금 과한 선택이었다. 금방 얼굴이 달아올랐다. 결국 잔은 거의 내려놓고, 나는 풍경을 마시는 데 집중했다.
아말피에서는 특별한 액티비티를 하지 않았다. 그냥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의 오랜 로망, 지중해를 이렇게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벅찼다. 사진도, 쇼핑도, 체험도 다 의미 없었다. 그 바다를 보며 마음속 버킷리스트 하나를 조용히 지워낼 수 있었던 그 순간. 그게 다였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아말피를 너무 짧게 보고 왔다는 것.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포지타노에서 하루쯤 묵고, 밤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해보고 싶다. 이미 한 번 다녀온 곳이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는 건 그만큼 그곳이 특별했다는 뜻이겠지.
정말로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다. 그냥 지중해를 보고, 지중해를 경험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사실 기대 이하였기도 했다) 환경과 풍경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날씨가... 그래도 꿈꾸던 곳에 왔으니 만족은 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탈리아에서 뭐가 제일 좋았어'라고 물어보면 아말피 해변과 피렌체 중 고민할 것 같다.
영화로만 봤던 폼페이, 무서움보다는 경의로웠던 지역
아말피 해변을 다 둘러본 후 우리는 폼페이로 떠났다. 폼페이는 나에게 매우 익숙한 곳이었다. 화산으로 유명한 폼페이. 과거 영화를 통해 폼페이란 도시에 대해 알았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정말 무서운 장면들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유적지가 남아있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그런 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했다. 영화로만 보던 곳을 갈 수 있다니!
아무튼 폼페이에 가서 정말로 좋았던 것은 혼자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 선생님과 함께 움직였다는 것이다. 사실 나 혼자 갔었으면, ‘와 웅장하다. 와 아직도 이런게 남아있다니’ 정도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 선생님이 폼페이의 역사부터, 지리, 특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또, 건물의 특징, 어떤 건물이었는지, 생활 방식, 차도 내는 법 등 정말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그 덕에 역사 덕후인 나는 더 상세하게 상상하며 폼페이의 과거 도시를 머리 속으로 혼자 그려봤다.
정말로 더운 폼페이였다. 땡볕 아래에서 많이 걸었다.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상세한 설명과 나의 호기심이 이를 이겨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