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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의 개척자 Feb 08. 2022

03. 책이란 책은 모두!! Books Assemble

도서관에는 책이 있어야지

학생들과 도서관을 만들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책이 문제였다. 책이 없다. 도서관을 시작하려는데 책이 없다. 책이 어디 있단 말인가? 책 보는 사람에게 가장 비싼 게 책이다. 학생들과 모여서 고민만 했다. 우리를 짓누르는 것은 유명한 도서관의 보유 도서 수였다. 아무래도 도서관의 자랑은 장서가 아닐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은 겨우 300권 정도였다. 학생들과 처음 계획은 학교도서관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작은도서관으로 정식 등록하고 싶었다. 작은도서관에 등록을 하려면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장서수가 1000권의 책이었다. 우리는 우선 700권의 책을 모아야 한다. 머리를 마주하고 고민한 끝에 각자의 집에서 가지고 오기로 했다. 도원결의보다 더 단련된 마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집으로 흩어져 내일은 책을 들고 오기로 했다.


두근두근 집에서 책을 훔쳐서 가져오느라고 떨리는지 아니면 도서관에 책이 가득 찰 것을 기대하는 마음 때문인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책을 가져왔다. 그런데 그게 기대 이하였다.


세상에 가져온 모든 책들이 유치원생이 볼만한 그림책이거나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동화책이 전부였다. 왜 그런지 아는가? 그게 독서의 끝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기대를 책으로 받아서 엄청난 고가의 동화책들을 즐비하게 가지고 있었으나 그게 끝이었다. 학생들의 집에는 그런 동화책들이 가득했고 이제는 더 이상 책을 보지 않기 때문에 글밥이 있는 책이 없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나마 가져온 책들도 중복이 된다! 그야말로 동시에 유행했던 책을 엄마들이 같은 시기에 산 것이다. 세상 유명한 아동심리가의 이름은 다 모여들었다. 가격으로 보면 정말 '못된 소리', '삐아악'이다.


이런 녀석들과 도서관을 만들려고 했다는 게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얼마나 기특한가? 유아기 때 마감된 독서생활을 다시 하려는 갸륵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여기서 멈추었으니 다시 여기서 시작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들었다.


그래서 책을 사기로 했다! 우리는 가진 게 돈 밖에 없다!!

우리가 가오가 없지 돈이 없나!!


[고구마 헌책방]


그래서 각자의 용돈을 가지고 중고서점으로 갔다. 지금이야 대형 중고서점들이 생겼지만 그때만 해도 우리 동네에는 중고서점이 없었다. 우리는 다 같이 중고서점 탐방이라는 거대한 독서수업의 현장학습을 떠났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고구마 서점이었다. 학생들은 중고서점의 크기에 놀라고 우리는 열심히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만원이면 10권을 살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열심히 골라보라고 했지만 역시 믿으면 안 된다


학생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만화책에 빠져있었다.

역시 학생은 학생답다. 도대체 누가 학생은 학생다운 게 예쁘다고 했는가!!

그래서 열심히 순찰을 돌면서 책을 골랐다.


스무 명의 아이들이 각자 열 권 정도의 책을 구입해서 200권의 책이 모였다. 그렇게 학생들이 구입한 책은 강제로 학교에 기부가 되고 이제 몇 권 남지 않게 되었다.

[고구마 서점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도움으로 점점 도서관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계속 책을 수집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책의 전산 등록과 라벨 작업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사서자격증을 가진 분이 계셔서 등록은 오히려 문제가 없었다. 다 같이 앉아서 바코드를 붙이고, 색띠 라벨을 붙이면서 도서관은 우리의 작업장이 되었다. 1000권을 다 모으고 등록까지 마쳤기까지는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고 우리는 드디어 도서관을 정식으로 등록했다.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수업용 도서, 어린이 도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작지만 도서관이 생겼고 우리가 만든 공간에 학생들은 매일 수시로 들락날락하면서 책을 보았다. 할 일이 없어서 도서관에 앉아 있고 방과 후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학생들은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책은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서관 업무가 시작되자 이제는 책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는 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화성시에서 우리 도서관에 매년 몇백만 원의 지원을 해 주었다. 시민들도 함께 오고 학생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화성시에서 지원받는 금액으로는 희망도서와 신간을 살 수 있었다. 기증을 받는 도서들은 대부분이 때를 놓친 도서들이 많았는데 화성시에서 지원을 받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은 최근의 책들과 베스트셀러들 그리고 우리 학생들과 시민들이 원하는 책을 바로바로 구매할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로 우리는 [문학 나눔], [세종 도서]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출판산업 육성을 위한 양서를 전국에 배포하는 사업을 정부에서 하고 있었다. 한 해 동안 잘 만들어진 책들을 구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세 번째로 언제나 든든한 후원단체의 등장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듯이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해결되었다. 도서관에서 비치할 수 있는 도서들은 중복되기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책을 구매하기에는 좋지만 학생들과 함께 보고, 수업을 하고, 토론을 하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한 종류의 책당 10권 이상이 필요했는데, 도저히 그렇게 책을 비치할 방법이 없어서 고민일 때 후원단체가 등장했다. 전문적인 기부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자신들에게 책이 후원 들어왔는데 자신들은 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단체 카톡방에 후원 소식을 올렸지만 아무도 그 좋은 후원을 받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책이 4만 원권이 넘었기 때문이다. 50종의 도서 4만 권을 감당할 수 있는 단체는 없었다. 아쉬움을 가지고 바라보다가 도전했다.


그래, 우리에게는 학생과 공간이 있잖아!!


4만 권이 넘는 도서 요청을 받은 게 이제 독서교육을 시작한 지 10년쯤 지났을 때였다. 우리 학생들은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고 다른 학생들보다 전문적이었다. 그래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4만 권을 받았다.


4만 권이 도착하던 날 5톤 트럭이 학교 주차장에 들어왔고, 짐을 옮길 때 쓰는 지게차가 오고, 10개의 책이 실린 팔레트가 주차장에 놓였다.


[책이 왔다]


모든 교직원과 학부모님이 기절할뻔했다.

그리고 계산이 빠른 부모님들은 저게 만원씩 따지면, 4억이 넘습니다

난 돈 계산은 못 했는데, 그게 그렇게 되었다.


우리는 책을 종류별로 우선 나누었다. 주차장은 거대한 장터가 되었다. 몇 단체에서 배부하기로 이미 약속이 되었기에 우리는 우선 그 단체들을 위해서 책을 나누었다. 단체마다 3 천권씩 줄 수 있었다


"오실 때 꼭 승합차 가져오세요"


4만 권의 책을 받았던 이유가 있었다. 책에 한국 현대문학시리즈가 있었다. 학생들이 볼 수 있는 현대문학시리즈가 30종을 20권씩 우리는 비치했다. 우리는 저걸로 한 학기 독서수업을 한다. 4만 권의 주차장 사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광경을 택배 아저씨가 아주 멋있게 표현하셨다


"배송을 왔는데, 우리 회사로 돌아온 줄 알았다"


[ 책 분류 작업]
[분류 후 보관]
[초등학생을 위한 책 선물 가방]
[다른 단체를 위한 배분 작업]

게다가 초등학생들을 위한 특별 선물이 그 안에 있었다. 각종 시리즈로 유명한 책들과 만들기가 부록으로 있는 책이 있었다. 30종이 넘는 책들을 학생들 모두가 가져갈 수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 오늘 나 반드시 데리러 와야 해. 아빠 퇴근할 때 무조건 학교로 오라고 해"


30종이 넘는 세트를 한 권도 빠지지 않고 들고 가려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하긴 말이 30권이지 이게 돈으로는 100만 원이 넘었다.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기뻐할 때 중고등학생의 표정은 달랐다. 하차하고 분류하고 배분까지 끝낸 녀석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일이 다 끝나가는데도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선생님 이 책 우리 다 읽어야 하나요?"

"응, 그러려고 받은 건데"


하여간 우린 책의 바다에 빠졌다.

이제 도서관에 책은 넘친다!

읽자! 쓰자! 읏짜!

Readers As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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