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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의 개척자 Jan 21. 2022

02. 우리, 도서관 만들어 볼까?

책바다를 만들자

학생들과 소통하는 독서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건 내 다짐일뿐 학생들의 다짐은 아니다. 의욕이 넘친다고 학생에게 의욕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꼭 생기는게 실망이다.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받던 감상문은 이제 버리고 한명한명 만나서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럴때 중요한게 있다. 평소에 의욕적인 녀석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괜히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평소 지도에 어려웠던 녀석에게 의욕을 가지고 먼저 다가갔다가는 큰 장벽앞에서 무너져 버린다. 정말 책을 싫어하는 녀석은 지독하게 싫어한다. 처음에는 책을 싫어하는 이유를 몰랐지만, 싫어하는 학생들의 말을 듣다보면 이해가 된다.


"맨날 책만 보라고 해요"

"봐도 솔직히 이해가 안됩니다"

"넌 들어가서 책이나 봐"

"내일까지 책 읽어와"

"넌 책을 안 봐서 그래"


책은 학생을 공격하는 최고의 무기다. 책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은 이 아이들의 기를 죽이는 최고의 도구가 되어 버렸으니, 얼마나 책이 싫었을까싶다. 그렇게 책의 피해자들에게 먼저 다가갔다가는 나도 피해자가 된다. 그래서 우선은 책을 나름 보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물어보기 시작했다


"넌 어떤 책 좋아해?"


"마법천자문요"

"WHY요"

"살아남기 시리즈요"


그나마 나을 줄 알았던 녀석들의 대답도 역시 실망만 가득할 뿐이다. 좋아하는 책은 학습만화였다. 그나마 나온 글밥책은 해리포터였다. 이건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다. 학습만화는 일반 글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책이다. 텔레비전이라는 도구와 책이 전혀 다른 매개체 듯,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만화와 글밥책은 전혀 다른 세계이다. 학습만화를 보면 글밥책도 보겠지라는 생각은 접어두라고 말씀드린다. 학습만화 보던 학생은 평생 학습만화만 본다. 절대 급밥책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그림책만 보던 사람은 그림책까지 본다. 어느순간에는 글밥책으로 옮겨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학생들에게 도서 선택의 자유를 준 순간부터 그렇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서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보다 얇게, 보다 글씨 크게, 보다 그림많이"


그런 책만 골라왔다. 아파트 도서관에 가도, 공공 도서관에 가도 대부분의 책은 학습만화였다. 학습만화를 비치하는 이유는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많이 빌려가기 때문에 도서관 실적을 잡기에 좋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구매할때 방향성은 없고 선호도만 높아 책읽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역할에는 한계선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도서관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이 생겼지만 그 영향이 제대로 미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에는 세가지 종류의 책만 있는 것 같았다.


"그림책, 학습만화, 성인도서"


학생들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그렇게 도서관에 보내서 책을 빌려서 읽게 할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학생들에게 폭탄선언은 아니다. 대책없는 선언일 뿐이다.


"우리 학교에 도서관을 만들겠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만 감상문을 쓴다"


일반학교였으면 도서관도 있고, 책을 구매하는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만, 미인가 대안학교에는 예산도 없고 돈도 없기 때문에 대책없는 선언일뿐이었다.


우선은 집에 있는 책을 다 가져왔다. 

그리고 책을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다.

분명히 뜻이 있는 곳에 대책이 없지만 길이 생긴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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