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다시 꺼내보자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법

by 칼미아

수험생활은 원래 후반부로 갈수록 누구나 힘들다고 한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니,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물론 등급을 올리고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버티자는 마인드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마인드로는 끝까지 가기가 힘들다. '내가 수능을 열심히 준비하기로 한 이유가 뭐였지? 일단 최저는 딱 한 곳만 맞추면 되고, 그 대학은 내가 들어갈 가능성이 희박한 곳인데...' 어느 인강 강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패배주의자로 갈 것인가, 극복 주의자로 갈 것인가, 중요한 시기에 내 뇌 회로가 돌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시기에,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났다. 첫 번째로, 나는 고교시절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3년 동안 너무 힘들었고, 방황도 엄청 했다. 그 과정에서 놓쳐버린 시간들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을 담아 수능 공부에 열과 성을 다해야겠다. 마무리를 잘하면, 그간 3년은 내게 있어서 나쁜 기억으로 남지 않고 유종의 미가 서린 꽃처럼 기억될 것이다.


두 번째로,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나는 극복 주의자가 되고 싶다. 포기하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독기를 품은 채 이를 악물고 역전을 이룰 만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이 마라톤의 끝까지 달려서 결승지점에 다다르고 싶다. 이 과정들은 오직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게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끝나면 더 이상 악몽도 꾸지 않겠지. 물론 그다음부터의 삶이 "이제부터 시작이야, 너는 큰일 났어."라고 말하더라도, 그 전까지의 시간은 내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 아픔을 사랑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린다. 꼭 필요한 것들임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당장에는 힘든 시간을 증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끝나고 나서 이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옅게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면 난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느끼는 혼란도 이 시기에만 느낄 수 있겠지. 내 동생 나이에는 그에 걸맞은 시련과 슬픔이 있고, 나도 마찬가지고, 오빠도 마찬가지다. 각자 나이에 따라 버티기 힘든 혼란들을 겪고 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면서 위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나간 일들은 상대적으로 덜 힘든 일이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기억 못 할 뿐, 지금 그 힘듦을 겪는 사람은 지옥이다. 그렇기에 기준은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 맞춰 살아야 한다. 나와 다른 나이대의 사람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정말 상대적인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도 그 나이대에 가봐야 해당되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동생이 지금 2차 방정식 때문에 찡찡거리는 것을 보고도 위로를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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