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평범한 일상이었다
2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담임쌤께 거짓말을 했다. 오늘 별다른 일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야자를 하기에 너무 피곤했고, 집에 가니까 눕고 싶었다. 엄마는 누워있는 꼴이 보기 싫다고 했다. 이해가 됐다. 오랫동안 봐왔을 테니까. 문득 나만 힘든 게 아닌데 유난떠는 내가 다시 미워졌다. 독서실에 갔는데 공부하기 싫었다. 내가 소중하다는 얘기를 너무 함부로 했나. 어떻게 해야 맘 편하게 하루라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나 아빠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꿔보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내 의지 탓이라고 믿었다. 우울증 3년차인데 엄마는 차도가 없으니까 약도 필요없다 했다. 흠....글세...오빠는 지랄하지 말라고 한다. 끄덕이면서 욕을 차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왔다. 머리를 벽에 박았다. 좌우앞뒤로 세게 박았다. 아팠다. 약도 있는 걸 다 털어먹었다. 술을 먹으면 이렇게 되는 걸까. 휘청거리며 어지러웠다.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날 옥상에 올라갔다. 꼭대기에 올라가려고 발을 헛디디다가 넘어져서 멍이 들었다. 눈물이 났다. 집에 아무도 없었다. 자해를 했다. 연 모양이다. 쪽팔려서 밴드를 덕지덕지 붙이고 다녔다. 밴드가 동이 날까봐 두려웠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빌었다. 나 좀 데려가 달라고...귀신이 보이길 바랬다. 가위 눌리다가 가버리고 싶어서....그리고 배가 아프고 팔이 아프고 힘이 없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병원에 갔다. 눈물이 났지만 짜증났다. 그런데 또 약을 먹고 나아졌다. 담임쌤이 위로해준 게 기억이 났다. 나는 내 장례식을 떠올리면 이제는 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내 장례식을 보지 못 하겠지만 아무 걱정이 없어질 걸 생각하니 괜찮은 것 같은데, 내가 사는 지역 주변에는 강이 없다. 아파트 투신은 무섭다. 뉴스에서 반포대교에 못 올라가도록 조치를 해두었다고 한다. 누구 맘대로..나는 고3이다. 나는 여느 고3과 같은 평범한 부모와 평범한 가정이 있다.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유별난 나이다. 언젠간 행복해질 수 있겠지...그러니까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