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에 관한 에세이
나는 축구에서는 손흥민의 팬이고, 음악에서는 한 남자 아이돌 그룹의 팬이다. 요즘 덕질할 때 마음이 많이 아프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는 왜 팬이라는 개념이 나오고 덕질을 하는지 모르는 아이였다. 관심이 없었고, 관심사는 곧 바뀌기 때문에 다 부질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 개념들도 모두 꾸준함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큼 애정과 시간을 붓느냐에 따라 농도가 달라지는 것들이었으니. 처음 팬이 되었을 때는 철없는 마음에 그들을 무작정 부러워해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진로를 정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정신적인 압박감을 짊어지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절로 숙연해졌다.
팬, 가깝지만 먼 사이, 그리고 한 순간 남이 될 수 있는 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가지는 힘은 대단하다. 팬과 팬 사이에 유대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팬덤, 그리고 응원하는 사람과 팬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블루투스처럼 감정 동기화가 될 때도 있고, 서로의 일이 자기 자신의 일인 것처럼 아플 때도 있다.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을 치른 후, 우는 손흥민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마스크 쓰고, 완장 차고 달리면서 신발도 한 번 찢어지고,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달리는 모습을 90분 동안 봤는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감정이 동기화된 듯했다. 그럼에도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장으로써 동료들을 격려하는 모습과 안와골절이 되어도 고통을 무릅쓰고 월드컵에서 죽어라 뛰는 모습, 그리고 그가 얼마나 축구에 진심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가 어려서부터 왼발로 집에서도 양말 가지고 연습해온 배경과 때로는 힘든 시절도 있었다는 걸 자세하게 알면 알 수록 대단하게 느껴지고 우리나라 선수에서 내가 동경하는 선수로 바뀌어 갔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데뷔할 때부터 그들의 노래를 즐겨 듣고, 거의 고교시절을 그들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는 찐 팬이었다. 여태껏 아이돌에 관심도 없었던 내가, 유일하고 처음으로 덕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 시작은 그들의 성장 과정이 담긴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시작되었고, 노래들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배경에 대해 알아가면서 즉, 자세하게 알려고 하면서 더욱 깊은 팬심이 우러나왔다. 그래서 나는 때로는 직캠이나 무대만 볼 것이 아니라 성장기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그때서야 서로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진정한 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탈덕하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연대를 쌓아가는 팬들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 성장기가 한 몫하고, 진심과 시간 또한 한몫한다. 그것들이 아까워서 계속 팬을 한다는 게 아니고, 그것들이 모이면 막강한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힘은 자석처럼 팬들에게 불가항력을 선사한다. 이번에 내가 좋아하던 그룹은 MAMA에서 아주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지만 본인들은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팬인 내가 보았을 때는 어떻게 하든 예뻐 보이고 잘 나 보이지만, 속상해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다. 축구선수들은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4년을 준비하고, 가수들은 짧은 기간 동안에 고농도의 연습을 소화해가면서 그런 뮤직 어워드에 참여한다. 수능을 준비하고 난 후에, 나는 12년 동안의 공부의 결과가 끝이 나는 경험을 했다. 그런 기분과 비슷할까 감히 짐작해볼 수도 없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것이다.
그대들에게 팬들이
-초긍정 오뚜기-
가깝고도 먼 사이인 우리가
잠시 흩어졌다가도 하나가 되는 우리가
언제나 돌아와서 그대들을 응원하는 우리가
그렇게도 그대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대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항상 그대들의 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대들이 모를 때도 그 시간을
각자 다르게 보내고 있었을 그 시간에도
마음을 함께하려 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들의 힘은 생각보다 막대하고
생각보다 강력하고 멋지다
그 힘을 소중히 간직하다가 그대들이 필요할 때
가져가서 하늘에 수십 가지 색 무지개를 만드는데
사용하기를 바란다.